<Source: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c/Prizren_Collage.jpg>

 

 

비행기가 한 시간 넘게 연착했지만 예약해 놓은 택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를 어찌 만나나 걱정도 했지만 친절하게도 우리 이름을 써 놓은 종이를 들고 입국장에 서 계셨다. 


이 택시 회사는 전기차만 운행한다. 현재 25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있단다. 차량은 모두 폭스바겐 ID3다. 현대 i30보다 조금 작은 크기다. 앱으로 부르거나 예약하면 된다. 대회 조직위에서 친환경 대회 운영을 위해 이 회사와 협약을 맺고 참가자들에게 할인된 운임을 제공하고 있다. 할인되지 않은 운임도 일반 택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프리슈티나 공항에서 프리즈렌까지는 1시간가량 걸렸다. 고속도로는 새로 건설된 듯 노면이나 차로가 모두 깨끗하고 깔끔했다. 도로가 좋아 과속이 많은지 곳곳에 경찰차가 있었다. 과속 단속이라고 한다. 


운전수 아저씨의 본업은 공무원이다. 현재 코소보 법무부에서 일하고 있단다. 농담으로 검사냐고 물어보니 검사는 아니고 법원, 검찰청, 경찰청 관련 일반 업무 담당이란다. 5시까지는 법무부에서 일하고, 이후에는 이 신생 택시업체에서 투잡하고 있었다. 자기네 택시 회사 사업이 계속 확장 중인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프리즈렌으로 오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에게 중국인이냐고 묻길래 한국인이라고 답하고서, 중국과 코소보가 외교관계가 없는데 어떻게 중국인이 코소보를 방문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참고로 중국은 코소보를 아직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코소보를 방문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추정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겨울에는 공항이나 육로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그나마 추정할 수 있는데, 여름에는 알바니아와 국경이 완전 개방되기 때문에 거의 추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알바니아로 입국한 뒤 그냥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 법무부는 코소보 호텔로부터 현재 숙박 중인 외국인 정보를 모두 받는다고 한다. 내가 그거 개인정보 침해 아니냐고 따지니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면서 성과 국적 정보만 받는다고 얼버무리며, 한국 법무부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여하간 그렇게 호텔에서 보고한 정보를 통계 내서 대략적인 방문객을 추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보고를 하지 않는 저가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인이 주로 머무르는 어떤 곳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저씨께서 코소보의 역사, 종교, 언어, 세르비아나 알바니아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알바니아를 그냥 다른 주(사실상 같은 국가)로 지칭하신 게 꽤 기억에 남는다.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에 빗대 남북한 이야기를 드리기도 했다. 다만, 남북한은 코소보, 세르비아와 달리 인종, 언어, 역사가 모두 같다는 점을 알려드렸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다. 


어떤 현지 맥주가 좋은지 어느 식당이 맛집인지도 알려주셨다. 이슬람 종교와 문화가 강한 나라지만 술과 담배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양이었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슈퍼에서 아무 때나 술과 담배를 살 수 있었다. 밤늦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슈퍼에 가 현지 맥주와 감자칩을 사 왔다. 맥주 이야기가 나오고 목이 탈 때 바로 마셔주는 게 국룰이다. 


현지 맥주는 한 캔에 대략 천 원정도 한다. 독일이나 체코 맥주가 그 두 배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맥주 2캔, 맥주 7병, 그리고 큰 감자칩 2개에 8.1유로를 냈다. 우리끼리 만 원의 행복이라고 좋아했다. 운전수 아저씨가 추천해 준 맥주는 PEJA라는 맥주인데, 갈색 병이 필스너 계열이고 초록 병이 라거 계열이다. 초록 병에 담긴 라거 PEJA 맛이 그만이었다. 오랜만에 청량감을 제대로 느낀 맛 좋은 맥주였다. 날이면 날마다 이 맥주 마실 것 같다. 


오늘 점심 때는 역시 아저씨께서 추천해 주신 맛집에 한 번 가 볼 요량이다. 직원들이 이미 유명 식당이라고 뽑아 놓은 식당 중 하나였다. 자, 슬슬 나갈 준비를 해 보자. 

 

2023년 6월 2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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