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Source:https://itp-prizren.com/>

 

Home - ITP

ITP Prizren offers an environment that fosters collaborations between innovation activities, research and development stakeholders, training and educational institutions, and start-ups and maker spaces.

itp-prizren.com

 

어쩌다 보니 대회장인 ITP와 정반대 편에 호텔을 잡았다. 호텔을 예약하려니 나를 포함해 8명이 함께 숙박할 만한 호텔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인구 17만의 작은 도시에서 세계대회를 치르다 보니 이미 시내 중심가의 호텔들은 방이 동난 상태. 호텔닷컴을 통해 겨우 예약했지만, 일방적으로 취소 당하기도 했다. 


대회장 반대편에 있다 보니 호텔에서 대회장까지 걸어서 40분 거리다. 여기 프리즈렌은 택시를 제외한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 도로와 인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보행자에게 그닥 친화적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 대회 첫날이고 해서 호기롭게 걸어서 대회장에 가기로 했다.  


걷고 5분도 되지 않아 택시를 타자고 맘을 고쳐먹었다. 길거리에 정차해 있는 택시 운전사에게 ITP로 가자고 했더니 지명도 위치도 모른다. 다시 정확하게 Innovation & Training Park라고 말씀드려도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영어를 잘 못하셨지만, 지도를 보며 우리 위치와 도시 여기저기에 대해서만큼은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그냥 다시 걸어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걸어서 대회장에 왔다. 호텔에서 출발한 지 딱 40분만에 도착했다. 


대회장은 널따란 대학 캠퍼스 같은 느낌이었다. 넓은 부지에 건물이 듬성듬성 있고 곳곳에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다. 밀도가 상당히 높은 시내와 달리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식당도 메인 빌딩이나 워크숍 장소와 꽤 떨어져 있다. 점심을 먹고 ITP 캠퍼스를 걷다 문득 이곳이 어쩌면 얼마 전까지 군사기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정형화된 강의실이나 기숙사, 그리고 전반적인 공간 배치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찾아보니 실제 이곳은 2018년까지 군사기지였다. 한국의 용산기지처럼 이곳은 수백 년 동안 군인들의 거처였고 기지였다. 20세기 초부터 한동안은 오스만제국 군대가 진주했고, 가장 최근에는 코소보 사태 때 독일군이 이곳에 주둔해 평화유지와 안전을 담보했다. 


1999년 프리즈렌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이곳에 주둔한 독일군은 막대한 돈을 들여 이곳에 새로운 시설을 짓고 환경을 개선했다. 한때 2,000명 가까운 병사들이 이곳에 주둔했다고 하니 그들을 위한 막사와 지원시설 등을 모두 새로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 코소보가 2008년 독립을 선언한 뒤 주둔하던 독일군 수는 급격히 줄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8년 마지막 남은 독일군이 자국으로 철수하며 이곳 부지와 시설은 고스란히 코소보 정부에 남겨지게 되었다. 


코소보와 독일 정부는 이 부지와 시설이 코소보 부흥을 위한 씨앗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이곳은 이제 정보통신, 식량농업, 그리고 창조문화산업을 3대 축으로 하는 혁신과 직업교육의 메카가 되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야심 찬 젊은 코소보인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협업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 결과가 바로 세계 FOSS4G 대회의 프리즈렌 유치가 아닐까 싶다. 지금껏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도시에서만 대회가 개최되었던 관례를 깨고 인구 17만에 불과한 작은 도시가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준비해 왔다. 프리즈렌은 코소보의 수도도 아니며, 조직위원장 또한 꽤 젊은 친구다. 


프리즈렌 도심에서는 과거와 현재, 파괴와 건설, 분쟁과 치유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슬람, 가톨릭, 동방정교회가 서로 다른 얼굴로 이방인을 맞이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평화가 곧 길이고 발전이다. 내일 아침 택시 탈 때는 올드 밀리터리 베이스로 가자고 한 번 해봐야겠다.

 

 

2023년 6월 26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