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만난 노르웨이 젊은이는 한국을 두 번 방문했다고 한다. 2019년에 한 번 왔고 올해도 얼마 전 왔다 갔다고 한다. 서울, 부산, 춘천, 속초, 설악산 등을 둘러봤다고. 무슨 일로 한국에 두 번이나 왔냐고 물으니 머뭇거리다 여자친구가 한국 음악과 드라마 팬이어서 그랬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올 11월 FOSS4G-Asia 대회 때 서울에 한 번 더 오라고 농담반 진담반 말을 건넸더니 진지하게 등록비 등을 물어본다. 모양새가 예의상 그러는 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오늘 점심 먹을 때 옆자리에 있었던 네덜란드 공무원은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은 유명한 나라라고 한다. 어떤 연유로 유명하냐고 물으니,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를 해 준다. 매년 6월이면 한국인들이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를 찾아 인사하고 또 에티오피아어로 감사 노래도 불러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매년 TV에 보도되며 에티오피아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단다. 이제 그분들 연세가 90이 넘어가 한국 방문이 쉽지 않다고 함께 안타까워했다.
호텔 TV를 켜니 마침 뉴스 채널이다. 아마도 알바니아어로 방송하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데 뉴스에서 계속 Yuri Kim이라는 여성이 나온다. 생김새도 이름도 꼭 한국 사람 같다. 찾아보니 한국계 여성 최초로 미국 대사로 임명된 분이셨다. 2020년 1월부터 주알바니아 미국 대사로 근무하다 6월 25일로 대사직을 마치고 이제 미국 국무부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뭐라고 보도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화면만으로도 따뜻한 환송 분위기가 느껴졌다. 미국과 알바니아의 관계 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1972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괌에서 성장한 뒤 미국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자신의 한국 이름을 바꾸지 않은 인물이라고 한다.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프리즈렌 시청 외벽에는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한 나라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가 새겨져 있다. 한국인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는 한글로 새겨져 있다. "국민들에계 고맙습니다"라고. 글자 하나가 틀렸지만 그들의 진심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길을 걸으면 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동양인을 쳐다보는 코소보 거리에서 한글을 만난다는 건 꽤 독특한 경험이었다.
낯선 이와 낯선 소식과 낯선 거리에서 이렇게 '우리'를 만났다.
2023년 7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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