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운명

낙서장 2025. 5. 26. 11:39

찌뿌둥한 몸으로 늦은 아침 겨우 일어났다. 어제도 일했다. 너무 바빠 좀 쉬고 싶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네가 원하지 않았느냐?" 맞다. 나는 매일 아침 나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소망했다. 그리고 그 응답이 왔다.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 투덜거렸던 셈. 


닐 도날드 윌시의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 신은 이야기한다. "나는 항상 너희가 원하는 걸 원한다고." 신은 우리가 소망하고 원하는 것을 항상 들어줬지만, 인간은 그런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원망만 한다. 소망을 이뤄가는 과정은 시련과 어려움과 피와 땀의 긴 여정이다. 신은 이 여정 중간중간마다 우리를 이끌고 가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그 선택을 누적하며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신은 그저 원하는 것을 줬을 뿐이고 그 선택의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건 우리다. 누군가는 위기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보고 도전하며, 누군가는 완벽한 기회에서도 위기를 보고 포기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은 이런 측면에서 타고난 운명이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운명이란 결국 '누적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유전자, 어머니나 양육자와의 유년기 애착 관계, 청소년기의 경험이 한 사람의 성격과 습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자발적 선택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은 성격과 습관 때문에 살면서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부정적 패턴에 빠진다. 절대로 같은 행동을 한 번만 하지 않는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자신의 행동을 반복한다. 이 선택의 누적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탈출할 길이 있을까? 로버트 그린은 성격과 습관을 형성하는 네 번째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성격과 습관을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자기 계발 말이다. 


어렸을 적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넘어지지 않으려 모든 신경과 근육이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도 친구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의 응원하던 목소리도 그 무엇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제 나는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완상하며 때로 전화를 받으며 자전거를 즐긴다. 오르막길이 오면 손이 알아서 기어비를 조절하고 발이 저절로 준비한다. 운전도 마찬가지였다. 운전면허 따자마자 도로를 주행했을 때 그 식은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자전거 타기나 운전은 모두 뇌의 시스템1에서 별 고민 없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바쁜 일도 곧 익숙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난 다시 새로운 일을 또 벌일 것이다. 지금 일이 많고 바쁜 게 다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감사할 뿐이다. 우선순위 정하고 누구와 함께 일할지 고민하면 된다. 자전거나 운전처럼 시스템2에서 놀던 일들이 다시 시스템1으로 내려가고, 나는 또 성장에 익숙해진다. 

 

2025년 5월 25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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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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