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더라. 세종에서 출발해 군산 가는 내내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물오른 신록이 쏟아져 들어왔다. 짙은 암녹색의 소나무 군락 사이로 연초록의 활엽수들이 마치 희망을 채우듯 점점이 번져나갔다. 버스 안 커튼을 제치고 하염없이 그 봄을 구경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이유도 잠을 청할 연유도 없었다. 그냥 넋놓고 밖을 바라봤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으니까.
군산에 내려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자 '생동'이 느껴졌다. 다들 살아서 움직이더라. 추위 탓인지 아니면 정치, 경제적 이유 탓인지 움츠리고 작아졌던 마음들은 밝고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에 다들 녹은 듯 보였다. 농부들은 들녘에서 농사 준비에 분주했고, 아빠와 자전거 타며 노는 아이들의 웃음은 끝이 없었다. 젊은 연인들은 한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희망을 생각했다. 겨울과 계엄을 슬기롭게 이겨낸 우리 사회의 희망과 기회 말이다.
자전거로 달리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때면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지만 그만 뒀다. 동영상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따스한 햇살과 보다로운 바람과 마치 세례를 받는 듯한 그 봄 공기를 그대로 전할 수 없다면 그건 가짜였다. 자연으로 나가 직접 느껴야 한다. 이 봄날 아름다운 풍광을 내 두 눈에 한가득 담으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군산에서 웅포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같이 달렸던 초로의 신사가 웅포에서 믹스 커피 한 잔을 권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이곳에서는 이런 인심이 심심찮다. 반대편에서 자전거 타고 오는 사람들이 얼굴 모르는 나같은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곳이 이곳이다.
봄날에 취해 낭만적으로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불안, 걱정, 근심이 가득할 때면 햇살을 쐬며 자연을 달려야 한다. 치유와 함께 영감이 온다. 햇살과 바람이 불안과 우울을 녹이고 살아있음을 건넨다. 이 봄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2025년 4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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