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지음). 김문주(옮김)

쉽게 말해 카오스 이론으로 우리의 의사결정, 사회, 그리고 역사를,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망한 책이다. 우리 대부분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또 그 원인은 직접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선형적 결정론이다. 작은 일에는 작은 원인이, 큰 일에는 큰 원인이 작용했으리라 믿지만 어쩌면 이런 믿음 자체가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느 한 순간의 아주 작은 다른 판단, 또는 작은 돌발과 우연만으로도, 마치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오듯, 우리의 판단과 역사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 쓰나미가 피피섬을 덮쳤고, 희생자 수만 1천 명 이상이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 회사나 내 가족도 나도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다. 당시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과 함께 2004년 12월 24일에 푸켓에 도착해 12월 26일에 피피섬을 방문하는 여행 상품을 가계약한 상태였다. 계약을 확정하기 전 전혀 새로운 고객에게서 BMT(Bench Marking Test)를 2주간 하자는 요청이 왔고, 직원들과 논의 끝에 BMT 준비를 위해 푸켓 여행을 다음으로 미뤘다. 나와 우리 회사 직원은 살아남았고 이렇게 삶을 일궈나간다. 저자의 책에는 이런 사례가 가득하다. 역사의 필연과 우연 등에 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저자는 선언한다. 인류의 역사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하려는 헛된 노력의 연속이었고, 이는 진화적으로 발전한 심리적 기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인류는 합리성과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효율성을 극단까지 추구하지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우발과 임의성이 역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모든 일에 꼭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삶이나 운명의 통제성을 움켜쥘 수는 없다고. 오히려, 지금처럼 연결성이 극대화된 초연결사회에서는 아주 작은 우발성과 임의성이 연결망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폭될 수 있기에 가끔은 연결망을 끊어낼 수 있는 삶의 여유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없지만, 우리의 작은 몸짓은 세상의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2. 공부망상. 엄기호, 하지현(지음)

10년 전 [공부중독]이라는 대담집을 내놓았던 저자들이 다시금 모여 '공부'와 관련한 다섯 차례의 대담을 가졌다. 그 내용을 모은 책. 결론적으로 10년 전보다 한국의 '공부' 관련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제 공부 '중독' 수준을 넘어 '망상'의 수준, 아니 사실상 하나의 '종교'까지로 발전했다고 두 저자는 지적한다. 현재의 공부는 공부 자체의 목적과 재미, 의미는 해체된 채 계층의 상속, 직역의 결속, 차별 정당화, 교묘한 언어유희를 통한 책임회피 도구로 기능하며 공부를 잘하는 문제적 어른을 배출할 뿐이다. 그 대표적 결과가 지난 2024년 12월 계엄정국 시기에 한덕수, 최상목이 보여준 '유능력자의 무능력'. 공부는 한도 끝도 없이 무한하다. 인간은 필멸이기에 공부를 통해 이 무한의 영광을 엿보며 자신이 부족함과 겸손함을 깨닫는다. 점수와 석차가 아니라 공부 자체의 본질인 의미와 재미를 찾는 새로운 학교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3. 코스믹 쿼리(Cosmic Queries). 닐 디그레이스 타이슨, 제임스 트레필(지음). 박병철(옮김)

우주란 무엇인가부터 우주의 탄생과 종말, 생명이란 무엇인가, 외계인의 존재가능성, 그리고 우주의 미래에 관해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읽는 내내 현대물리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로 유명한 닐 디그레이스 타이슨의 어투가 그대로 느껴진다.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는 우주에 관해 얼마나 알까?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고,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우리가 만지고 느끼는 일반 물질이 우주 구성의 고작 5%밖에 안 되며 현대우주론이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과 결합하며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또한 잘 모른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암흑물질(27%), 우주팽창을 가속화하는 암흑에너지(68%) 등에 관해 우리 인류가 아는 바는 거의 없다. 양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 책을 많이 읽어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했디만 다시금 이런 과학 서적을 읽어줘야 우주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로잡게 된다. 찰라의 순간에 미물로서 살아가는 인간이 교만함을 버리고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책이다. 

 

4. 빅 히스토리(Big History). 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지음). 조지형(옮김)

역사의 기원을 빅뱅으로까지 끌어올린 역사책. 우주의 탄생과 팽창,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의 발현, 포유류의 등장 등을 거쳐 현대까지 조망한다. 천체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인류사 등을 종합하여 거대한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하기에 빅 히스토리 혹은 거대사라고 칭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역사(최소한 지구와 인류의 역사)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왔다. 

 

2026년 2월 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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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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