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일본을 겨냥할 때 쓰는 말이지요. 이제 이 말을 독하게 우리 스스로에게 적용해 볼 때입니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대형 인재를 겪어 오고 있습니다. 짧게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 페리호 침몰,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씨랜드 참사, 부산 구포역 기차 탈선, 대구 지하철 방화, 대한항공 괌 추락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현실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또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이미 태안에서 학생들이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희생되었고 올해는 경주 리조트 참사에 이어 이제 세월호 침몰 사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언제나 '인재'였습니다. 지금껏 이런 사고가 '인재'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같은 유형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나 언론의 보도 태도도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누군가에게 분노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쌍욕해대며, 언론은 자극적인 장면이나 미담류 보도합니다. 그리고 또 시간 지나면 토론회니 공청회니 하면서 예산이 어떻고 시스템이 어떻고 하면서 지지부진한 논의만 진행됩니다. 얼마 뒤 언제 이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누군가 뭔가 대책을 세웠겠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바뀐 게 별로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독한 마음 먹고 이런 악습 좀 끊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손대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선 저는 저부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려 합니다.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 회사에서나마 안전을 실천해 보려는 것이죠. 정부나 정치권 혹은 누군가에 대해 쌍욕하고 남이 뭔가를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비판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선 저부터 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것이죠. 사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포함한 여러 사건의 공범은 우리들 모두입니다. 전 사회적인 안전의식부재가 원인인 것이죠. 남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도로나 건널목에서의 교통 문화 하나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 사회적인 안전의식부재, 이게 문제의 핵심이라면 누군가 이런 의식을 주입해 주기 전에 스스로라도 나서야지요. 저라도 나서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다음 번에는 다른 사람이 그리고 다음 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 나서며 작게나마 사회적인 안전의식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 제공자를 확실히 단죄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불산사고가 났을 때 이건희 회장이 구속수감됐다면 아마 이런 산업재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2014년 4월 17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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