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원인에 대해 많은 분석과 글이 홍수를 이루지만 내가 봤을 때 그 원인은 딱 하나다. 


거짓과 부정을 저지르더라도 돈과 권력을 손에 쥐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적 관행과 문화가 바로 직접적이고도 실질적인 원인이다. 


시스템이니 매뉴얼이니 늑장대처니 이런 건 다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부정과 거짓을 저질러서라도 성공하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혜택을 받지만, 실패하거나 혹은 부정과 거짓이 들통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사회적인 시스템 속에서 어느 쪽으로 개인들의 행동이 유인될지는 너무나 뻔한 것이다. 


문제는 부정과 거짓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고 이를 죄의식으로 느끼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맞벌이 부부에 대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소 우선순위를 준다고 하니 가짜 재직증명서 만들어서 제출한 부모들이 부지기수였다는 소식이나, 아이들의 점수에만 도움이 된다면 훔쳐온 SAT 시험문제지를 기꺼이 보게 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처럼, 이제 부정과 거짓은 우리네 일상 곳곳에 아예 공기처럼 스며있는 상황이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업계에서 하청업체가 발주처 담당자에게 뇌물이나 뒷돈 주지 않는 게 비정상적인 일처럼 느껴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바보처럼 느껴지고 바보 취급당하는 게 현실인데 과연 누가 법과 원칙과 매뉴얼과 시스템을 지킬 것 같은가? 


정부는 어떤가? 


법을 가장 엄정하게 지키고 집행해야 할 국가기관이 나서서 야당 대선 후보를 흠집내기 공작을 하고, 검찰과 국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외교문서까지 위조를 해서 간첩을 만들어내는 거짓과 공작과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판이다. 


이들의 공작과 거짓과 부정이 들킨 대가는 과연 무엇인가? 


실무자 몇 명 불구속 기소 정도다. 


이건 대한민국의 정권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싸인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수없게 들켰을 뿐 안 들켰으면 그들은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는.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공문서와 외교문서를 위조했다면 이건 정권이 날아갈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은 조용하다. 


왜? 


원래 세상은 그런거 아니야면서 이미 부정과 거짓과 위조에 삶 자체가 쩔어 있으니까. 


2009년 삼성 이건희 회장 사면 건은 어떤가?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 받았지만 불과 4개월만에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모든 죄를 용서 받았다. 


이 때 딱 1명, 딱 이건희 회장만이 사면을 받았다. 


원맨 사면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 딱 1명을 사면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한 적이 있었는지가 궁금할 지경이다. 


이게 국민들에게 무슨 싸인을 주었을 것 같은가? 


한국은 유전무죄고 무전유죄 사회구나. 


억울하면 너도 개처럼 돈을 벌든가. 


이거 외에 무슨 다른 가치를 한국 사회에 주었을 것 같은가? 


이게 한국의 주류적 가치이고 행동 규범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정대로 법 지키고 절차 지키고 안전하게 운행하라고? 


왜? 


그냥 대충 운행하다가 걸리면 뒷돈 주고 뇌물 주고 끝내면 되지 왜 내가 그걸 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이번에 검경이 무슨 정의의 사도인냥 곳곳을 급습하고 압수수색을 하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게 과연 내가 언급한 이런 상황과 하나라도 다른지 곰곰히 따져보시라. 


모든 게 다 저런 거짓과 부정과 관련된 것들이지 그 외 하나도 없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재난이나 사고는 모든 부정과 거짓이 동시에 겹쳤을 때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의 여러 과정 중 단 한 과정에서라도 진실과 정의가 작동했더라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미 우리는 세월호 사건 전에 다른 산업재해나 경주 리조트 사건에서 이러한 유사한 부정과 거짓의 겹침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다들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을 뿐이고. 


번 세월호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부정과 거짓이 전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것과, 이 부정과 거짓을 사회에서 걷어내지 않으면 언제라도 세월호 사고 이상의 큰 사건, 사고, 재난이 이 나라에 다시 또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당신 같으면 부정과 거짓을 통해서라도 얻는 이익이 진실과 정의를 추구해서 얻는 가치보다 더 큰데 과연 어느 쪽으로 유인될 것 같은가? 


쉽게 말해 시스템이니 매뉴얼이니 만들어 봤자 부정과 거짓은 이딴 것들을 아주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사회적 청렴과 도덕이 중요한 것이고. 


진실, 정의, 청렴, 도덕 같은 가치를 한국 사회가 최우선 가치로 잡아내지 못 하는 한 아마 선진국은 요원할 것이고, 개인들은 필리핀이나 남미의 삶이 어떤지 미리 알아보는 게 미래 대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2014년 4월 2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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