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북 타임라인을 보면 왜 한국 연구개발이 투자대비 성과가 없고 비효율적인가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실제로 연구하는 사람에게 원천 연구비가 가지 않고 중간에 떼먹는 조직이 많아서 그렇다. 즉, 중간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한다는 핑계로 지대만 챙기는 조직이 많다. 실제 연구개발은 하지도 않으면서 갑질이란 갑질은 다한다.
다음으로 담당자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 지금껏 연구개발해 보면서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연구개발이 뭘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담당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연구개발 내용이 뭔지 모르니 자신도 두렵고, 그래서 주변의 작은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한다. 이러다보니 맨날 질의사항이니 보충자료니 뭐니 하면서 별의별 자기 보신할 자료만 찾고 실패했을 경우 면피할 구실만 찾게 된다. 결국 연구는 원 방향을 떠나 안전한 항구로 돌아갈 기회만 보게 되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괴물이 되어간다.
셋째로 서로 돕고 도우며 사는 아름다운 상부상조 문화가 있어서 그렇다. 여기서 내 평가 받던 사람이 나중에는 저기서 나를 평가하니 서로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감싸 주는데 아주 익숙하다. 이런 안전판이 있으니 5천만 원짜리 프로젝트는 어떤 수준의 논문 하나 정도, 1억 원 프로젝트면 어떤 수준 논문 한 두 편 쓰면서 결론으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 정도만 추가해도 다 양해가 되는 것이다.
뭐 복잡하게 이야기했는데 연구개발 제대로 돌아가길 바라면 그 해법도 단순하다. 그냥 실제 연구하는 기관이나 기업에게 연구개발비가 제대로 가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정부 간섭 최소화하되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면 되는 거다. 말은 쉬운데 한국 사회에서는 뭐 하나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생각해 보면 나나 우리 회사나 이런 한국적 시스템의 혜택을 받은 당사자인지라 사실 누워서 침 뱉기이기도 하다.
2015년 4월 3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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