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런던정경대에서 나온 글을 몇 개 읽었다. 그 중 복지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영국 하층민의 삶과 지난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의 예상 밖 과반 승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글을 여기 소개해 본다.
<Image source:http://www.lse.ac.uk/alumni/LSEConnect/articlesWinter2014/hungerPains.aspx>
영국 전역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푸드뱅크(음식을 제공하는 긴급 구호기관)를 통해 들여다본 영국 하층민의 삶은 한국 서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는 축소되었는데 식료품, 임대료, 연료비 등은 빠르게 오르며 가난의 굴레에 빠지기 시작한다. 현금이 없어 급하게 일수, 달돈을 끌어쓴 뒤 몇십 배로 갚아야 하고, 고장 난 가전을 교체할 돈이 없어 할부로 샀다가 원 가격의 3배 가량을 내야만 한다. 영국 거리에는 전당포, 1파운드샵, 베팅샵, 할인마트, 귀금속매입가게 등이 늘어만 간다. 절망적 삶을 사는 이들로부터 '약탈적' 이득을 취하는 곳이 늘어가는데도 행정 당국은 이들을 제재할 힘도 의지도 없다. 캐머런 총리는 사회적 기업의 큰 역할을 희망했다지만 현실에서는 오직 극심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만이 낯선이(사회적 기업이나 구호재단)에게서 도움을 구하고 있다. 런던정경대의 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한 사람들을 돕거나 혹은 가족, 친구, 이웃 간의 연대를 통해 사라진 복지를 메꾸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영국도 한국처럼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선거 전 몇 주간 보수당-노동당 지지율이 33%-34%를 유지했다. 심지어 선거 전날 밤까지도 이런 지지율이었으며 그래서 영국에서는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민족당의 연정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보도되고는 했다. 결과는 알려진 바와 같이 보수당의 과반 의석 획득이다. 영국 선거체제가 민심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이 글에 잘 나와 있다. 스코틀랜드민족당은 전체 투표자 5% 미만의 지지를 받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의 압도적 지지로 56석을 석권했다. 반대로 극우 영국독립당은 전국적으로 13%에 이르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단 1개의 의석만을 챙겼을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 연정 상대로 참여했던 자유민주당은 전국적으로 8%의 지지를 받았지만 역시 8석에 그쳤다. 반면, 보수당은 37%에 못 미치는 지지율로 전체 의석의 51%를 챙겨갔다. 이런 왜곡이 영국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조용하기만 하다.
<2015년 영국 총선에 대한 상세한 결과는 http://www.bbc.co.uk/news/election/2015/results 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10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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