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알림장을 보니 애가 오늘도 받아쓰기 백 점을 받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잘 했다고 칭찬하는데 오늘따라 표정이 심드렁하다. 이유를 물으니, 다른 친구들은 수학이든 받아쓰기든 한 번만 백 점을 받아도 부모님께 선물을 받는데 왜 자기는 맨날 백 점을 받아도 아무것도 없냐고 항의한다. 어떤 친구는 한 번만 백 점을 받아도 부모가 무슨 선물을 사주고 다섯 번 연속 백 점을 받으면 원하는 어떤 장난감도 사준단다. 오늘 백 점 맞은 친구들이 야호하며 환호성을 지를 때 그때문에 화가 나서 백 점 맞은 시험지를 구겨서 그냥 책상 안에 넣어놓고 왔다고 한다. 난 딸에게 공부 잘하라고 단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다. 난 딸이 학교에 갈 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재밌게 놀다 오라고 할 뿐. 그리고, 공부 잘 하면 그건 딸애 네 인생에 어쩌면 도움이 될 일이지 그게 왜 부모한테 물질적으로 보답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내가 너를 다른 애들과 절대 비교하지 않듯 너 또한 부모를 다른 부모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애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너무 차갑게 이야기했나 싶으면서도 분명한 선을 긋고 싶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가라앉은 애는 내 품에 안겨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그깟 시험이 뭐가 중요하냐며 한참 재잘거리더니 잠이 들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대응하는 게 맞는지 어떤지. 애 처음 키우는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나저나 진짜 별것도 아닌 시험에 많은 보상을 주는 다른 부모들이 원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2017년 10월 27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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