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오랜만에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면서 졸랐다. 학교에서 시험다운 수학 시험을 처음으로 봤는데 그 결과가 처참했다. 40분 동안 20문제를 푸는 시험이었는데 부끄러운 성적을 받아 왔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이게 한국에서의 객관적인 수학 실력이다.
딸애가 다녔던 영국 학교에서는 수학 시간에 시험을 한 번 간단히 보고 실력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두 분의 선생님이 수준에 맞춰 그룹별로 교육했다. 한 반에 학생이 30명이었는데 선생님이 항상 두 분이셨다. 한 분은 담임이자 정교사로 아침부터 수업이 끝나고도 오후 5시까지 근무하시는 분이셨고, 다른 한 분은 보조교사로 수업에만 근무하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퇴근하시는 분이셨다. 보조교사분이 우리 집 앞 블록에 사셔서 수업 끝나고 딸애랑 같이 자전거 경주하면서 퇴근하시곤 하셨다.
딸애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한 명 뿐이고 손을 들어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으니 실력이 늘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선생님께서는 미리 예습과 복습을 잘 하고 학교에서는 토론하며 수업하자고 하셨다고 한다. 지금 딸애 반에는 20명이 다닌다. 저녁 먹고 딸애랑 산책을 하는데 가방를 멘 딸애 친구가 인사하며 지나간다. 딸애가 친구를 보며 요즘 낮이고 밤이고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이야기해 준다. 그렇구나...
덧붙여) 사실 영국에서 딸애 반을 담당하셨던 선생님은 모두 세 명이었다. 딸애 반에 있었던 자폐아 학생을 담담했던 선생님 한 분 더 있었다. 그 분은 오전 내내 그 친구만 담당했다. 그 친구는 오전에 다른 친구들과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뒤 오후에는 전문 교육기관으로 가서 교육을 받았다.
2018년 11월 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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