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 결국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잖아? 결국 죽고. 도대체 삶이란 뭘까?"
"생물학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자기 유전자를 잘 복제하기 위한 과정이지, 뭐."
"근데, 열심히 살든 게으르게 살든 부자든 가난하든 결국 다 죽잖아. 너무 허무하지 않아?"
"끝만 보자면 그런데 삶의 순간순간 행복과 기쁨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 거겠지."
"인생은 행복찾기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데 왜 인생은 행복해야 하는 거야? 행복하면 뭔가 더 좋은 건가?"
"고통스러운 인생보다는 행복한 인생이 더 낫지 않을까?"
"꼭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 인생이 행복해야 하는 걸까 자꾸 그런 의문이 들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이 있잖아. 지금이 선물이라는 말이잖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지금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근데,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은 지금 현실이 엉망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이 엉망인데 이게 선물이면 진짜 미쳐버리지?"
"어,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인생에 대한 고민을 너무 일찍 하는 것 같다. 보통 고등학교쯤 다니면서 이런 생각 많이 하는데."
"내가 이상한가?"
"고등학교 수학을 초등학생이 풀면 수학천재라고 하듯이 너는 인생천재인 거지."
"오, 그거 말 되네. 내 친구들이 나 보고 금수저래. 매년 맨날 해외여행 몇 번씩 다녀온다고. 우리 반에 해외 여행 한 번도 안 가 본 애들도 몇 명 있어. 사실 난 부족한 게 없다고 느끼는데 뭔가 허무해."
"그런 사람들이 있어. 부처님도 잘나가는 왕자였고. 근데, 결혼하고 무책임하게 다 때려치우고 출가하기도 했고. 네가 나중에 종교 하나 만들 수도 있겠다야. 종교 만들어서 성공하면 아빠 은공이니 잊지 말아라."
"아, 이게 아닌데..."
요즘 애랑 대화하면 진땀 빼기 일쑤다. 평소에는 장난꾸러기인데 가끔 깊은 이야기를 하면 쉽지 않다. 여자애들이 보통 이 나이 때부터 이런 고민이 많나 싶기도 하고. 흠...
2020년 2월 1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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