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우울했다. 생각했다. 내 외부의 객관적 실재에 정말 좋지 않은 소식이 가득했던 것일까? 아니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내 내면의 해석 기관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외부의 세계는 드넓은 우주와 같다. 내 감각 기관은 작은 렌즈를 통해, 넓은 바다에서 한 됫박의 물을 길어올리듯 내 삶과 생존에 필요한 적은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렌즈가 투명하다는 보장도 없고, 렌즈의 필터마저 때때로 바뀐다. 내 내면의 해석 기관은 쏟아져 들어오는 이 우울한 정보가 객관적 실체인지 아니면 감각 기관의 오류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어쩌면 내 렌즈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해피드럭을 먹는다. 내 마음은 행복해지고 세상은 평온함으로 가득하다. 정신과 의사는 말할 것이다. 스트레스와 호르몬 균형이 원인이었다고.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먹었을 때 진짜 삶이 드러났던 것처럼 어쩌면 해피드럭이 바꾸는 건 개인의 호르몬 균형이 아니라 외부의 객관적 실재일지도 모른다. 갇힌 우주선 안의 나는 나를 바닥으로 붙들어매는 힘의 실체가 중력인지 아니면 추진 가속도인지 알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피드럭이 바꾸는 게 객관적 실재이든 아니면 감각 기관 앞에 분홍색 필터를 끼우는 것이든 개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어떤이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었을 때 중국어로 답을 한다면 그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2020년 6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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