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자전거 안장을 올렸다. 이제 애가 자전거에 앉아 다리를 쭉 뻗어도 두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 탈 때도 내릴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요사이 나랑 자전거를 같이 타다 몇 번이고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렸다. 안장이 낮아 무릎을 구부린 채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니 다리가 아팠던 것. 안장을 높여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높여주면 편해지겠지만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아무래도 위험하니까. 그래도 때가 된 것 같아 안장을 높여주고 자전거 타고 내리는 요령을 알려줬다. 탈 때는 자전거를 옆으로 기울여 페달을 밟으며 일어서듯 안장에 올라야 하고, 내릴 때는 브레이크를 잡고 안장에서 엉덩이를 앞으로 내밀며 내려야 한다고.
연습하려 내가 붙든 자전거에 앉아보더니, "오, 원래 자전거가 이렇게 높은 건가? 제법 무서운데." 하며 한참을 쫑알거린다. 혼자 연습하겠다고 아빠는 저쪽에서 구경하란다. 멀찍이서 지켜본다. 엉성하고 불안한 자세로 알려준 걸 흉내 내고 있다. 어쩌다 성공하면 아빠 쪽으로 자전거를 몰고 와서는 한마디 던진다. "자전거가 아주 잘 나가!" 잘 안 되면 혼자 씩씩거리며 내 쪽으로 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또 타고 내리는 연습을 한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빠랑 같이 연습하자고 한다. 안양천 양화교 다리 밑에서 자전거 타고 내리는 연습을 함께 한 부녀가 우리다. 애는 이제 제법 능숙하다.
6년 전 애가 보조 바퀴를 떼고 두 바퀴로만 자전거를 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만큼의 긴장과 흥분과 걱정과 기쁨이 다시금 교차한다. 애는 두 발을 온전히 땅에서 떼고 높은 자전거를 스스로 굴려 간다.
2020년 6월 1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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