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를 흠뻑 맞으며 자전거 탔는데 오랜만에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사람 맘이 간사한 게 처음에는 옷 젖을까 자전거 체인 녹슬까 애 감기 걸릴까 별걱정을 다 했는데, 막상 사람이고 자전거고 다 쫄딱 젖고 나니 이런 걱정 다 사라지고 오히려 맘이 편해지고 가벼워졌다.
조심할 것 없이 뭐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애는 일부러 물웅덩이를 향해 자전거를 더 쎄게 몰아 돌진한다. 자전거 바퀴로 물을 V자 모양으로 가르며 애는 "아빠, 너무 재밌어!"를 외쳐대고, 나는 뒤따르며 계속 낄낄거렸다. 슬슬 잠겨가는 수로에서는 맹꽁이가 귀 따갑게 울어대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굵어지며 얼굴을 좁쌀마냥 때린다. 한강의 물고기도 비가 좋은지 물 밖으로 펄떡인다. 둘이서 나란히 자전거를 몰며 아무도 없는 길에서 책 이야기며 엄마 이야기며 친구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다.
젖은 몸은 따뜻한 물로 씻었고 흙모래가 묻은 옷은 잘 빨았다. 이제 자전거만 기름치고 손보면 될 것 같다. 꿈같은 여름밤의 기억이다.
2020년 6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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