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문제를 사회 규범의 '빡빡함-느슨함'의 관계로 이해하려고 시도한 책이다. 빡빡한 문화는 사회 규범이 강하고 일탈을 용인하지 않지만, 느슨한 문화는 사회 규범이 약하고 관용적이다. 빡빡한 문화가 선을 지키는 사회라면 느슨한 문화는 선을 넘는 사회다. 파키스탄, 싱가포르, 중국, 노르웨이, 독일 등이 대표적인 빡빡한 국가로 언급되며, 느슨한 국가로는 브라질, 헝가리, 미국, 이스라엘 등이 제시된다.

 

저자는 나름의 논거로 이 '빡빡함-느슨함'이라는 분석 틀을 정의하고, 이 틀을 국가, 지역, 사회, 계층 문제 등에 적용하며 그 유용성을 증명하려 시도하지만 논거가 부족하고 갖다붙이기식 주장이 많다. '빡빡함-느슨함'이라는 말 대신 그냥 '음과 양'이라는 말을 써도 이 책의 논리전개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심리학/사회학 실험, 사례, 통계들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 자료에서 꽤나 의미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론에서 빡빡함과 느슨함 사이의 골디락스 존을 언급한다. 극단의 빡빡한 사회나 극단의 느슨한 사회에 비해 그 중간 지점의 국가나 사회가 행복지수, 창의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더라는 것이다. 음과 양으로 이야기하자면 결국 중용의 덕이 필요하다는 의미. 절대적 방임도 절대적 구속도 모두 해로울 뿐이며 그 중간의 여러 스펙트럼 중에서 우리 몸에 맞는 색을 잘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 사회 뿐 아니라 개인도 행동규범에서 빡빡함과 느슨함의 그 어디에선가 존재한다. 빡빡함과 느슨함의 양극단이 절대선이 아님을 인정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행동과 대응이 필요하다 하겠다.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미셸 겔펀드 (지은이),이은진 (옮긴이)시공사2020-06-25원제 : Rule Makers, Rule Breakers (2018년)

 

2020년 12월 12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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