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낙서장 2021. 2. 6. 22:25

 

기시감.

 

늦은 밤 정안 나들목에서 나와 세종으로 돌아오는 어두운 길이 낯익게 느껴진다. 런던에서 A1을 타고 올라가다 케임브리지 쪽으로 꺾어 들어갈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2주 조금 못 된 세종 생활은 만족스럽다. 케임브리지 살 때가 자주 떠오른다. 도서관도 가깝고 애 학교도 집 앞이다. 녹지와 공원도 많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도 좋아 편하다. 어지간한 곳은 자전거로 다녀올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에 비해 사람과 차가 많지 않아 여유롭다.

 

서울 본사 다녀올 때는 주로 조치원역을 이용한다. 호남선과 경부선에서 올라오는 많은 기차가 조치원역에 정차한다.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탄 뒤 영등포역에서 내려 세 정거장만 거꾸로 가면 가산디지털단지역이다. 아쉬운 점은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 기차역이 없다는 점이다. 케임브리지 살 때는 자전거 끌고 케임브리지역에 갔다가 런던 다녀오곤 했는데 세종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애는 지난 5년간 수학 같은 교과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이번에 세종으로 이사하며 이제 6학년이니 학원을 보내볼까 하다 맘을 바꿨다. 학원 안 보냈어도 지난 5년간 잘했는데 뭘 맘 급하게 이러나 싶었다. 이런 뜻을 내비쳤더니 애는 대환영하며 지난 18일 동안 자기가 주장한 바가 바로 이거라고 이야기한다.

 

애는 2~3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읽고 반납하고 있다. 책이 싫었는데 왜 갑자기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요즘 시집을 좋아한다. 영국 살 때 영시를 잘 썼고 교장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 가락이 남은 탓인지 한국 시집을 슬슬 들춰보고 있다. 첨부한 건 이사하다 발견한 애 시 중 하나다.

 

좀 더 여유롭고 느리게 살더라도 무슨 큰 탈이 있을까 싶다. 아니면 뭐 말고...

 

2021년 2월 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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