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일이 회사 창립 20주년이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한 2,000만 원 정도를 사회(언급은 못 했지만 사실은 모 대학교)에 기부하면 어떨까 이야기했다가 대차게 까였다. 차라리 그 돈을 고생하는 내부 직원에게 기부하라고.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회사가 20년 동안 생존하는데 사회의 여러 도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는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가장 컸으니까.

 

이 말을 듣고 내 맘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제 돈을 좀 벌어야겠다고. 돈을 넉넉히 벌면 기부도 하고 직원들에게도 보너스도 더 주고 임직원 가족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엊그제 직원들하고 이야기하다 선언을 했다. 내가 이제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고. 직원들이 이번엔 또 이 인간이 뭔 흰소리를 하나 하며 눈이 동그래지며 황당해한다.

 

난 말의 주술성을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학교에 가야겠다고 떠들고 다니니 서울대학교에 갔고,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발표해야겠다고 말하고 다니니 실제 유명 국제학회에서 기조 강연을 했고, FOSS4G 같은 국제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고 떠벌리고 다니니 대회 유치와 개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모든 꿈을 이뤘다고. 믿거나 말거나 언제나 내 인생의 마법 같은 순간은 말로부터 시작했고 이제 다시 그런 마법을 말로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말이다.

 

사실 말을 하고 그 꿈이 이뤄졌을 때를 상상하는 것만큼 재미난 일도 없다. 오늘 정서진을 자전거로 왕복하며 돈 많이 벌어 어느 대학에 기부할까 고민하며 기부할 대학을 선별하기도 했다. 물론 그중에 서울대학교는 없다. 여하간 돈으로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돈 버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재밌겠다!

 

2020년 9월 27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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