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공주까지 왕복하니 대략 45km다. 왕복하고 거의 탈진 직전에 집에 도착했다. 서울 살 때 집에서 인천 정서진까지 대략 70km 왕복해도 이렇게까지 피곤하지는 않았는데 왜 이럴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우선, 겨우내 운동을 안 해 허벅지나 다리 근육이 퇴화한 게 큰 것 같다.
둘째, 공주까지를 짧은 거리로 생각하고 처음 가는 길인데도 너무 만만하게 아무 준비 없이 갔다. 그냥 물통 하나 들고 갔는데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자전거길 옆에 편의점이 없더라. 자전거길 옆에 갈대가 무성한데 대낮에도 고라니가 인사하고 같이 경주한다.
셋째, 길이 그닥 좋지 않았다. 자전거 타는 사람은 알겠지만 도로가 좋지 않아 자전거가 덜덜거리면 은근히 신경쓰이고 힘도 많이 든다. 특히, 공주 쪽 자전거 길은 좋지 않은 곳이 제법 있었다. 이런 길 몇 번 왕복하면 타이어 펑크는 기본이겠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길 자체가 계속 평평하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제법 있는 길이다. 지속적으로 경사진 곳도 있고 공주 석장리박물관 뒷편이나 불티교 양끝처럼 경사 심한 곳도 몇 곳 있다. 자전거길이 강 바로 옆 둔치에 있기도 하지만 둑마루에 있기도 해서 오르내리는 폭이 이런 경사를 만들어 내는 거다. 갈 때는 힘이 있어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돌아올 때는 여러번 이런 고개를 오르려니 정말 힘들었다. 세종에 들어서서 시청 뒤 금강 둔치에서 둑마루 길로 오르면서는 진짜 쌍욕을 하며 오르기도 했다. 근데, 철티비 타시는 초로의 어르신께서는 경사길에서 그냥 내려 자전거 끌고 가시다가 평평한 길에서 다시 올라타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데 나보다 더 빨리 가셔서 효율적 자전거 타기는 과연 무엇인가 존재론적 고민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밤에는 이 길 타면 안 된다. 시내만 벗어나면 가로등이 없다.
2021년 2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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