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경사가 30도인 2km짜리 산의 높이는 1km래."
"응. 그렇지. 삼각함수네. 그건 어디서 들었어?"
"서울 사는 친구가 알려줬어. 요즘 배우고 있대."
"삼각함수는 중학교 고학년 때 배울 텐데 아직 중학교도 안 들어간 애가 어떻게 알지?"
"학원에서 선행하고 있으니까 알지."
"와, 서울 애들은 벌써부터 중3 공부하고 그러는구나."
"아니. 여기 내 친구도 6학년 1학기때부터 중학교 수학 선행하더니 요즘은 저런 것 공부한다네."
"그렇게들 일찍 배우면 좋은가? 흠."
"그러게. 선행하는 애들 초등학교 때 시험 보면 그렇게 점수 좋지는 않던데. 중학교 가서 고등학교 선행하면 또 중학교 점수는 잘 나오려나?"
"초등학교 때 영어 끝내고 중학교 때 고등수학 끝내고 고등학교 때는 사탐과 과탐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교육 공식이 있긴 하지."
"서울 친구애들은 요즘 영어도 선행하는데 무슨 관계대명사, 시제, 능동태, 수동태 이런 것 배워. 영어 잘 하려는데 저런 걸 왜 배워야 하지?"
"문법인데 요즘도 저런 걸 배우고 가르치나? 놀랍네. 영어라는 게 그냥 소통 수단이라 저런 걸 안 배워도 딱히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왜 문장을 저렇게 조각조각 쪼개서 가르치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아빠 중학교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근데, 애들이 영어 학원에서 저런 거 배워서 숙제 했다고 영어 문장 쓴 걸 보여주는데 진짜 개판이야. 어색하고 어감도 안 맞고. 숙제 내기 전에 내가 가끔 고쳐주기도 해."
"너는 그러면 어떻게 영어 공부하는데?"
"영어 유투브 듣고 Reddit 글을 읽으면 되지."
"헐. 진심 대단하고 부럽다."
"서울 친구 하나는 날마다 자책해. 자기는 밤 9시에 학원 끝나는데 다른 친구들은 맨날 10시에 끝나서 자기가 항상 뒤쳐지는 것 같다고. 그래서 그렇게 자책할 거면 너도 엄마한테 부탁해서 10시까지 학원 다니라고 했어. 그건 안 하면서 맨날 걱정만 해."
"그렇군. 근데, 너는 걱정 안 되냐?"
"사실 나보다 내 친구들이 날 더 걱정하지. 서울 친구들이 이렇게 공부 안 하고 놀면 나중에 불행해 진대.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나중에 행복해 진다고."
"그래서?"
"내가 애들한테 물어봤어. 너희는 지금 행복하냐고? 그랬더니 단 한 명도 행복하다는 애가 없는거야.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한데 말이야. 그래서 그랬어.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즐기는 건데 행복이 뭔지도 모르는 너희가 어떻게 미래에는 행복할 거라고 믿냐고. 그랬더니 다들 조용하더라고."
"네 친구 부모님들이 너랑 카톡 못 하게 하겠다. ㅋㅋ"
2022년 2월 21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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