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는 법사가 되기 위해 무슨 능력을 키워야 하나 고민하다 지난 주말 동안 이것저것 뒤적거려 봤다. 법사들은 예지력으로 추종자들을 끌어모은다. 결론적으로 다음처럼 하면 당신도 뛰어난 법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첫째, 가능한 한 모호하게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되 언제 오를지는 말하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주가가 앞으로 약세라고 말하되 몇 퍼센트나 떨어질지는 말하면 안 된다. 이러든 저러든 당신이 틀릴 일은 없다. 실제로 부동산이 오르고 주가가 약세가 되면 그때 추종자들은 그 예언을 스스로 사실로 받아들이며 당신의 신묘한 능력에 감탄할 것이다.
둘째, '멕시코 총잡이'가 돼라. 멕시코 총잡이는 벽에다가 마구 총을 쏘아댄 뒤 총탄이 모여 있는 곳에 과녁을 그린다. 누가 보더라도 명사수가 되게 된다. 이를 응용해 당신은 일단 할 수 있는 한 많은 예언을 해야 한다. 경제, 사회, 정치, 외교, 국방, 주식, 비트코인, 환경 등 분야를 가리지 말고 수많은 예언을 해야 한다. 예언을 많이 할수록 어찌 됐든 들어맞는 예언의 개수는 늘어난다. 그런 후 어쩌다 맞은 예언에다가 과녁을 다시 그리고 그걸 신통력의 증거인냥 강력하게 홍보하고 또 알리면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은근과 끈기다. 어떤 예언을 한 뒤 그 예언이 맞을 때까지 버티면 된다. 수많은 예언을 이미 쏟아냈으니 한 10년 지나면 뭐든 하나 맞게 되어 있다. 부동산이 10년 만에 오르면, 10년 전에 부동산은 이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써놓은 예언을 찾아다가 그걸 자랑하면 된다. 그러면, "그 법사는 글쎄 부동산 폭등을 이미 10년 전에 예언했대!"라며 추종자들이 당신을 신적인 존재처럼 따르고 추앙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에 주가 대폭락을 예측한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데뷔하고 싶을 때 이 방법을 쓰면 딱 맞다.
들여다보면 법사나 점쟁이 혹은 미래를 뛰어나게 예측하는 것으로 이름난 인물들은 모두 인간의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적 허점을 이용한다.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예언하면, 이 예언을 접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입견, 상황, 기대의 틀 안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예언을 해석하고 확신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무슨 정보를 접하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당신의 집안에 건강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조만간 생길 것 같습니다"고 예언하면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가족의 건강과 관련한 무엇이든 끌어다가 이 예언을 스스로 완성하고 예언가의 능력에 경탄하게 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심리적 편향과 오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없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길은 예언자가 아니라 선지자를 따르는 것이다. 선지자를 파랑새처럼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선지자와의 복된 만남을 시작했다. 안색을 보아하니 조만간 당신의 가정에 경제적으로 골치아픈 문제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란다. 단, 입금은 기업은행 ***-xxxx-***으로.
2022년 5월 2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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