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가 WSL(Windows Subsystem for Linux)에 Kali Linux를 깐 뒤 RDP로 접속해 이런저런 해킹 연습 중이다.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고 물으니 유튜브와 웹페이지 보면서 스스로 배웠다고 한다. 모르는 건 Reddit에 물어보며 해결했다고. 


2. 애는 요즘 학교에 흥미를 잃었다. 학교란 합법적으로 애들을 감금하는 곳이란다. 짧으면 5분 길어야 10분이면 다 이해할 내용을 50분 동안 재미도 관심도 없이 가르치는 걸 듣고 앉아 있으려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딴청 부리면 수행평가점수 깎겠다는 협박만 돌아온다며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이런 곳에 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느니 자퇴하고 그 아까운 시간에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며 검정고시 보는 편이 낫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고 싶은 곡을 마음껏 작곡하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공부 잘할 자신이 있단다. 중학교란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가는 곳이라며 가서 공부는 잊고 친구들하고 놀다 오라고 타이르고 있지만 내심 궁색하기만 하다. 

 

3. 애의 교과서를 보면 40여 년 전 내가 공부했던 교과서에 비해 종이질도 좋아지고 천연색 도판이 많아졌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학교 분위기도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수업 내용에는 관심 없고 딴 이야기만 하는 선생님과 원리보다는 문제를 맞혔는지에만 관심을 두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의견을 권위로 찍어 누르는 꼰대 선생님 등등. 에어컨과 빔프로젝트와 컴퓨터가 교실마다 설치되었지만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과 교수법은 내 중학교 시절에 비해 반 발짝도 못 나간 느낌이다. 

 

4. 애는 반에서 유일하게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밤 11시에 학원 끝나는 애들이 밤 9시에 끝나는 애들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문득, 저출산 인구소멸 시대에 우리 교육과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생각이 미쳤다. 줄세우기와 변별력 찾기만으로 과연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다채로운 시대에 대응할 창의적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5. 내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이 즐겨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지금은 어쩌면 21세기 학교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2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6. 옆에서 애가 환호에 가득차 소리친다. "아빠, 내가 드디어 우리 집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해킹했어. 비밀번호는 *********야." 내가 답했다. "야, 그 비밀번호 네가 만든 거야!" 답은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다.

 

2022년 10월 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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