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지난주에는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얼굴을 파묻고 울다가 아빠를 붙자고 죽고 싶다고도 했다. 중학교 첫 학기가 지나가는 요즈음 애는 몇몇 친구들 사이에 소위 '재수없는 애'가 되어 버렸다. 학원도 안 다니고 스터디 카페에서 늦게까지 공부도 안 하고 맨날 게임하며 노는데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그렇단다. 모든 과목 올백을 맞거나 압도적인 전교 1등 수준의 성적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냥 맨날 노는 애가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재수없는 애'가 되어 버린 거다. 


중간고사 지나고 애 앞에서 대놓고 비꼬며 이야기한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앞에서 욕하고 싸우는 건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기에. 하지만, 기말고사와 1학기 성적이 나온 지금 같은 반에서 정말 친하게 지내던 애가 뒷담화하고, 6학년 때부터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모여 같은 시샘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는 애 마음이 무너졌던 모양이다. 


지난주 집에 오면 아무 말 없이 게임만 하거나 침대에 들어가 나오지 않다가 늦은 시간에야 아빠를 붙잡고 여러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인간에 대한 회의며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망감과 배신감이며 자기들이 제대로 공부 안 해서 성적 나쁘면서 왜 날 욕하는지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반응이며 그래도 친구들이 좋다는 안타까운 마음이며 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곤 별로 없었다. 너는 아빠 유전자를 타고났기에 아마도 상처를 잘 받는 성정일 것이며, 너의 다재다능함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시샘과 질투를 받을 것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처받은 가슴에 딱지가 하나씩 쌓여가는 과정이며,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 없이 그저 마음 맞는 2~3명의 친구만 있어도 충분하며,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해 자존감을 낮출 필요 없다는 정도의 뻔한 이야기만 건넸다. 애도 내 말에 동의했다. 애는 지난주부터 욕할 애들에게는 욕하고 항의할 애들에게는 항의한 모양이다. 뒤에서 욕했던 애들이 요즘 쭈볕쭈볕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그냥 데면데면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금요일과 주말에 상태가 꽤 좋지 않아 이번 주에 선생님과 상담할까도 고민했는데 스스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싶다. 이번 주는 친구 만나는 모습은 거의 없고 집에서 혼자 악기 연주하며 오후와 저녁을 보내고 있다. 아까는 전자드럼 치다가 다시 작곡가를 꿈꿔야겠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이 만만치 않으니 항상 강해야 한단다.'고 아빠가 말하는데 듣는 둥 마는 둥 시답잖은 농담하며 게임하는 걸 보니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 이렇게 또 커간다.

 

2022년 7월 1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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