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아, 이렇게 열량 높은 것 먹으면 살찌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자전거 타며 계속 생각해 봤는데,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100g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다고 살이 그 이상 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00g을 먹었으면 딱 100g 살이 찌는 거다. 몸에 좋고 살이 안 찐다는 유기농 현미 쌀이든 소주와 함께 곁들인 삼겹살이든 아니면 고열량 아이스크림이든 상관없다. 딱 먹은 만큼 살이 찌는 것이고 그만큼 몸무게가 느는 것이다.
열량 높은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고, 열량을 소비하면 몸무게가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핵분열이나 핵융합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지 않는 한 열량을 소비했다는 이유만으로 몸무게가 줄지 않는다.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는 것일 뿐이다. 높은 곳의 물이 물레방아 돌리며 낮은 곳으로 떨어졌다고 그 질량이 줄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무게 관리의 중심을 열량에서 질량으로 옮겨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도대체 살은 언제 찌고 언제 빠지는 것인가? 단순하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많이 먹고 적게 내보내면 살이 찌는 것이고, 적게 먹고 많이 내보내면 살이 빠진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건 물의 질량 이상으로 몸에서 나간 게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삼겹살에 소주를 엄청 먹었어도 먹은 양보다 더 많이 몸 밖으로 내보내면 살이 빠진다.
몸에서 나갈 수 있는 건 딱 네 가지다. 똥, 오줌, 땀, 그리고 노폐물이다. 따라서, 몸무게 관리는 먹은 음식의 질량과 몸 밖으로 나가는 똥, 오줌, 땀, 노폐물 질량의 덧셈, 뺄셈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먹은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똥, 오줌, 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면 살이 빠지고 그렇지 않다면 살이 찐다. 사실상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노폐물을 제외한다면 똥, 오줌, 땀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몸 밖으로 내보낼 것인가가 몸무게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
어떻게 먹은 것보다 더 많은 걸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국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며 똥과 오줌과 땀의 배출을 촉진하게 된다. 이 과정이 살이 빠지는 과정인데 사람들은 열량을 소비하는 운동이 당연히 살을 빼는 과정이라고 착각한다. 이러니 땀도 나지 않는 산책을 하며 분명히 나는 열량을 소비했는데 왜 살이 안 빠지느냐고 투덜댄다. 에너지 준위를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땀을 흘릴 정도는 운동해야 살이 빠지는 거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살이 빠지는 걸까? 안 먹고 설사하고 토하니까 살이 빠진다. 거식증 환자가 대표적 예다. 마지막으로, 소식하며 입력 자체를 줄이면 된다.
결국 살이 찌든 빠지든 모두 물리학 법칙을 따르고 있다. 살 빼고 싶으면 적게 먹고 격렬하게 운동해서 똥과 오줌과 땀을 배출하면 되는 것이고, 살찌고 싶으면 더 많이 먹고 배출량을 줄이면 될 일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슈뢰딩거가 1943년 아일랜드 트리니트 칼리지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역사적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어디선가 날 불러준다면 '다이어트란 무엇인가'라는 역사적 강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이 든다. 쓸데없이 길게 썼는데, 결국 몸무게를 줄이는 해법은 '적게 먹고 땀 흘리도록 많이 운동하라'다. 물리학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2023년 4월 22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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