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식 몇 가지...

낙서장 2009. 12. 1. 23:06
안녕하세요.

1. 우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가 합병을 했습니다. 지난 11월 2일 자로 공식적으로 모든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으니 꼭 한 달이 지났네요. 합병한 회사는 알앤지월드라는 회사이구요. 주로 미국의 위성 영상을 한국 시장에 공급하고 관련 영상 처리를 수행하던 업체입니다. 

2. 법적으로는 제가 다니던 가이아쓰리디가 알앤지월드를 흡수합병한 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분율 50:50의 동등 합병입니다. 그리고 공동 대표, 공동 사장 체제로 운영됩니다. (이런 내용 물으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셔서...) 이후 지난 11월 10일 자로 합병 후 회사명도 변경하였습니다. 새로운 회사 이름은 그리다 주식회사 Grida, Inc. 입니다. 이에 따라 제 회사 이메일 계정도 shshin 골뱅이 grida.kr로 변경되었습니다. 기존 회사 메일 계정은 약 1년 정도 유지를 할 예정입니다만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은 새로운 제 이메일 계정으로 변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그리다'의 뜻이 뭐냐고 많이 물으시는데요.. 말 그대로 순수 우리말입니다. '꿈을 그리다, 미래를 그리다, 세상을 그리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겠죠.. 영어로도 GRIDA가 대충  GIS, Remote sensing, Imagery, Data & Atmosphere의 약자로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을 잘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새로운 회사명 제가 지었습니다. ㅋㅋㅋ

4. 왜 합병을 했느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요.. 경영학 책에 나오는 원론적인 답이 실제 답입니다. 바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기존 가이아쓰리디는 전형적인 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회사였구요, 시장 자체도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었죠. 알앤지월드는 공간정보 콘텐트 공급 회사이면서 주된 고객은 군, 정보기관 등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의 통합이 보다 넓은 사업 기회를 창출해 줄 것이라고 보였기에 과감하게 두 회사를 합친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작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지속적인 합병을 통해 성장을 하는 모범적인 사례들이 많더군요.. 이번 우리의 합병도 미래에 한국에서의 모범적 사례로 기록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기가 참 어렵더군요. 왜 그럴까요? 흐음..

5. 그리고 합병 후 본사를 대전 대덕테크노밸리로 이전했습니다. 정운찬 총리가 총리로 오시기 전에 분양 계약하고 이전했는데, 갑자기 세종시 백지화 이야기가 터져서 약간 울컥하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세종시로 많은 정부 부처가 내려올 것을 대비해서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정권 바뀌었다고 법으로까지 제정된 기존 정책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뀐다면 과연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사업을 하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기존 서울 사무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구요..서울 지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서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대전으로 내려가서 서울 사무실에는 몇 명 없어요.. 그래서 사무실 무지하게 넓습니다. 심심하면 놀러 오세요.. 

6. 저와 관련되어 오늘 나온 따끈따끈한 새소식인데요.. 오늘 제가 어떻게 KAIST 경영대학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MBA 과정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머리에 털나고 처음으로 공인 영어 시험도 보고(전 TEPS가 제일 쉬운 줄 알고 이것 봤어요..ㅠ.ㅠ), 오랫만에 입학원서도 쓰고 뭐 이랬네요.. 1차 합격하고 면접까지 가길래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최종 합격했군요.. 짝짝짝...

7.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MBA 과정은 1년짜리 정규 MBA 과정입니다. 대충 학사 일정을 보니 1월 초에 개강해서 내년 12월 중순까지 방학없이 빡빡하게 4학기를 소화하는 과정이더군요. 이건 바로 내년 1년 간 제가 회사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겠죠. 그 외 다른 대외적인 활동을 할 시간이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네요. 면접 때 교수님들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하시던데, 이게 엄포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아직 알 수가 없으니 말이죠.. 쩝.. 여하간.. 내년에는 오랫만에 책에 파묻혀서 공부나 좀 해보려고 합니다. 헐.. Pre MBA 과정이 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7일부터 시작이군요.. 슬슬 주변 정리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쩝..

8. 웬 느닷없는 MBA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답변은 단순하네요.. 진짜 해바라기처럼 정부만 바라보며 사업하는 '천수답 경영' 좀 그만하고 싶어서 입니다. 나름 똑똑한 인력들이 모여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떼돈을 못벌까 하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천대하는 한국 문화도 많이 욕해 봤구요.. 무식한 공무원 많이 씹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은 게 우리 또한 뭔가 준비된 게 하나도 없더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떤 명확한 경영 전략에 따라 마케팅, 제품 개발 등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주먹구구식이더라는 거죠.. 즉, 시스템에 기반한 경영 혹은 개발이라는 게 전혀 없더라는 거죠. 한국의 소프트웨어 관련 문화가 x같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사회와 정부 만을 탓하며 계속 이렇게 살 수도 없는 거였구요.. 

9. 그래서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얻을 수 없을까 해서 MBA 과정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입니다. 공부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심정이었고, 그래서 무슨 최고경영자과정이니 이런 것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고요. 1년 공부한다고 해서 어떤 딱 부러지는 답을 얻기야 하겠습니까? 제가 찾고자 하는 것도 어떤 비법 같은 것은 아니구요.(있다면 진짜 땡큐지만..) 일종의 방법론을 공부하고 싶은 거죠.. 

10. MBA 가야겠다는 생각을 시작한 지는 제법 되었구요.. 회사가 성장을 하면 할 수록 제가 경영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자꾸만 깨달으면서 부터죠.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건 올 여름부터였습니다. 합병과는 관계없이 준비를 한 것인데, 마침 합병까지 되고 보니 더 마음의 부담을 덜고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 사실 98년에 대학원 석사 마치면서 대학원 과정에서 2년 공부한 걸로 한 12년 넘게 우려 먹었으니, 이제 또 새로운 공부 좀 더해서 또 한 10년 우려 먹어야죠.. ㅋㅋㅋ

올해 이래저래 저와 관련된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2009년 12월 1일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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