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한국 웹페이지에 접속한 뒤 ActiveX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일을 이야기해 봅니다.
저는 영국에서 생활하며 맥을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금융 거래나 HWP 문서 때문에 가끔 윈도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만 얼마 전에 맥용 HWP가 나온 뒤로는 진짜 거의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금융 거래는 모바일로 처리하고 HWP 문서는 맥용 HWP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자주 쓰는 QGIS를 포함한 오픈 소스 GIS야 당연히 맥에서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윈도우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건 한국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 웹페이지에 들어가서 뭔가를 처리해야만 할 때입니다.
오늘도 이런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윈도우를 구동했습니다. 그 후로는 악몽의 연속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번 정도 윈도우 업데이트하고 ActiveX 몇 개 설치하고 리부팅 하면서 1시간 가량을 소비했습니다.
모든 것을 설치한 뒤 실제 웹 사이트에서 제가 원하는 일을 처리하는데 쓴 시간은 한 5분 쯤 됩니다. 윈도우를 구동한 김에 뭘 좀 참고할 게 있어서 모 공공기관 웹페이지에 접속했더니 아래와 같은 보안경고문이 뜨기도 합니다. 저 기관에 로그인해서 뭐 좀 확인하려면 또 ActiveX 깔아야 한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이래서 자꾸 더 한국 공공기관 웹사이트에는 접속하기가 싫어집니다. 한 번 접속하면 하드디스크 긁는 소리 기기긱나며 컴퓨터 느려지고 이상해지니까요. 솔직히 컴퓨터가 문제가 아니라 제 몸과 마음이 더러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 모르게 제 몸 속에 뭔가를 심는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요?
아까는 영국에서 한국 카드(VISA)로 뭔가를 결제하려고 했더니 화면이 아래처럼 뜹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 있다고 해서 ActiveX에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참회의 마음으로 다시 윈도우를 띄우고 IE로 결제를 시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수 많은 보안 프로그램과 ActiveX를 설치합니다. 심지어 "이 IE는 이제 비보안모드로 구동됩니다"는 경고를 무시하면서까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접속하라는 메뉴에 갔더니 앞에 자기들이 설치한 보안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며 파일 하나하나를 화면처럼 다시 설치합니다. 아, 이 철저한 검증 정신이라니요...
그래서, 무릅을 꿇은 채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ActiveX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ISP 보안 인증이라는 것을 받습니다. ISP 보안 인증 파일을 휴대전화에 넣으면 아주 편리하다는 메시지가 스토커처럼 따라 붙습니다. 그래 편리하겠지 하면서 해당 화면을 눌러 봤더니 1달에 몇 백원 씩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서비스입니다. 모든 과정을 다 마친 후 이제 아까의 결제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제 시작한 지 한 45분이 지나 겨우 결제를 마칩니다. 이 모든 게 다 마음공부다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참 고통스럽습니다. 아직 수련이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ㅠㅠ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 정부나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ActiveX 기술을 만든 Microsoft 마저 포기한 비 표준적인 기술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과연 선진적인지 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여기 영국에서는 ActiveX 없이도 은행 거래 및 각종 인터넷 쇼핑을 아주 편리하게 잘 하고 있습니다.(오늘 안 사실입니다만 영국 카드를 이용할 경우에 한합니다. ㅠㅠ) 정부나 공공기관에 가입하거나 뭔가 정보를 얻을 때도 ActiveX를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기관은 아직까지 그 어떤 곳도 없었습니다.
웹 브라우저와 서버 간의 보안은 표준 프로토콜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표준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보안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ActiveX는 보안에 아주 취약해서 이 기술을 만든 Microsoft 마저도 포기한 기술입니다. ActiveX는 보안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윈도우 외 운영체제를 사용자를 차별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사용자의 보편적 웹 접근성을 막는 기술이라는 것이지요.
이만하면 이제 우리 한국도 ActiveX 그만 쓸 때도 되지 않았나요?
2014년 2월 2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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