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보며 든 생각인데요. 


이 보도나 이 보도의 대상이 된 등산복 단체 여행객이나 모두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나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일단,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한국 관광객이 유럽 쪽에서 많이 보이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런던 히드로 공항이나 파리, 제네바에서 이런 분들을 제법 봤거든요. 대부분은 단체 관광객들이고 연령층으로 보자면 40대 후반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던 것 같아요. 


과연 이 분들이 모두 자기들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다고 입고 온 옷이 우연히 다 이렇게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되었을까 하고 의문을 품어보면 그건 분명 아닐 거라는 거죠. 


이분들의 또래집단에 공유되는 어떤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문화에서 튀어 보이고 싶지 않았을 테구요. 대충 추정해 보자면, 이 또래집단에서는 남의 눈도 있고 하니 유럽 여행에서는 제법 고가의 기능성 등산복을 입어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다 그렇게 입는데 나만 개성 살려서 대충 청바지에 스웨터 하나 달랑 걸치고 여행하겠다는 맘 먹기가 쉽지 않은 거죠. 일단 내 개성보다도 남의 시선이 중요하니까. 


마찬가지로 이 보도도 남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는 것이죠. 


사실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다니든 타인에게 명백한 재산상, 신체상의 피해를 주지 않고 나랑 상관 없으면 이런 보도가 나올 필요도 없는 거잖아요. 


근데, 이런 보도가 왜 나오냐? 


이것도 일종의 남의 시선을 통해 우리를 들여다보는 그런 체면 문화(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와 관계 있는 거죠. 


기사에도 나오지만, '유럽선 비웃음 대상'이라며 남의 시선을 통해 이런 문화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쪽팔린다는 거죠. 근데, 그 쪽팔린다는 판단 자체가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얻어낸 것이거든요. 


사실 영국 살면서 가끔 이런 단체 관광객 보기도 하는데, 이게 영국애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여기 영국도 사시사철 등산복 입고 다니는 애들 천지라...) 


결론적으로 제가 봤을 때, 이 보도의 대상이 된 단체 관광객이나 이 보도 자체나 모두 자신을 통해 나나 우리를 객관화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요. 


옷 하나 입는 것도, 남의 옷 가지고 트집 잡는 것도 다 남들이 나(우리)를 어떻게 볼까 하는 그 조바심의 결과물인 거죠. 


짧은 인생, 남의 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재밌게나 살았으면 해요.


2014년 10월 2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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