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몇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명절 때 고향에 갔다가 문중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예상대로 지루했지만, 대부분은 이해가 되는 그런 회의였다. 한 안건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날 회의에서 옛 조상의 공덕비를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당시 내 맘으로는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죽은 귀신을 위해 큰돈을 써 공덕비를 세우느니 그 돈으로 문중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했었다. 대부분의 문중 어른들은 내 말에 무관심했고, 자신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문중 어른들께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귀 기울여 준 어른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 산골 고향 마을은 이제 각 문중이 경쟁적으로 세운 공덕비들로 가득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공덕비 수가 산 어르신들보다 더 많을 것 같다.
어김없이 다시 명절이다. 명절이 죽은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맘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되시기를...
2016년 9월 13일
신상희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10월 둘째 주 기록 (0) | 2016.10.15 |
---|---|
이은재 의원, MS-Office 황당 발언에서 정말 들여다봐야 하는 점 (0) | 2016.10.08 |
2016년 9월 마지막 주 기록 (0) | 2016.10.01 |
가이아쓰리디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0) | 2016.09.23 |
과연 세상과 인간이란 무엇일까? (0) | 2016.09.22 |
대한민국 1%들의 손쉽게 돈 버는 법 (0) | 2016.07.18 |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이 과연 실언이었을까? (0) | 2016.07.18 |
장산범 이야기? (0) | 2016.07.18 |
브렉시트 - 나이가 많고 교육 수준이 낮으며 비숙련 노동자일수록 탈퇴 투표 (0) | 2016.06.25 |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할 때 듣는 노래 - 스물아홉, 문득 (0) | 2016.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