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단상

낙서장 2016. 9. 13. 22:50

십몇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명절 때 고향에 갔다가 문중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예상대로 지루했지만, 대부분은 이해가 되는 그런 회의였다. 한 안건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날 회의에서 옛 조상의 공덕비를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당시 내 맘으로는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죽은 귀신을 위해 큰돈을 써 공덕비를 세우느니 그 돈으로 문중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했었다. 대부분의 문중 어른들은 내 말에 무관심했고, 자신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문중 어른들께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귀 기울여 준 어른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 산골 고향 마을은 이제 각 문중이 경쟁적으로 세운 공덕비들로 가득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공덕비 수가 산 어르신들보다 더 많을 것 같다. 

어김없이 다시 명절이다. 명절이 죽은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맘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되시기를...


2016년 9월 13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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