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데리고 출장 다니는 것때문에 내가 장관(?)을 못 할까봐 걱정하시는 분이 이리 많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몇몇 분은 애 스펙 쌓아주려고 학회나 컨퍼런스에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묻기도 하셨다. 주변 교수들 중에 중고생 자식들 데리고 학회에 가서 노벨상 받은 사람이나 유명 교수한테 싸인 받고 사진 찍어서 그걸로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면서 말이다.

 

우리집은 주말 가족이다. 공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아내는 지방에서 근무한다. 아내는 월요일 새벽 5시 반에 집을 떠나 금요일 늦은 밤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긴 이야기를 짧게 쓰자면 주중 육아의 많은 책임은 내게 있다. 며칠씩 한국을 떠나 출장 갈 때 애 볼 사람이 없어 그냥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내게는 그만한 돈이 있고 이런 경험이 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애를 데리고 다닌다.

 

맞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이미 나는 가진 자이고 내 딸은 자연스레 그 혜택을 받고 있다. 국제학회나 컨퍼런스에 딸과 함께 자주 다녀 어지간한 교수들은 내 딸을 잘 안다. 가끔 교수들이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애가 만약 공간정보를 전공한다면 자기가 기꺼이 받아주겠다고.

 

나는 이 대목에서 '공정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게 말이다. 출발선이 다를 때 공정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 것일까?

 

2019년 10월 16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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