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대전에서 너랑 같은 초등학교 5학년이 코로나에 걸렸더라."
"그래서?"
"애가 코로나에 걸린 게 안타까운데 그것 말고 애 동선 가지고 인터넷에서 말들이 많더구나."
"왜?"
"응. 애가 5학년인데 학교 마치고 학원 갔다 집에 왔다 학원 갔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또 학원 가고 이러면서 저녁 8시 반에 일과를 마친 거야. 학원 네 개를 다니는 거지.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 뭐 이렇게 나뉘어서 싸우고 있더라."
"아빠"
"응"
"우리 반에 OO이 알지?"
"응"
"걔는 학교 끝나고 학원 다 다녀오면 저녁 9시 반에 끝나."
"어, 그래?"
"그리고, 아빠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동네 애들 다 학원 5~6개씩 다녀. 다들 그렇게 OO처럼 늦게 끝나고 그래. 나처럼 학원 안 다니며 집에서 노는 애들 거의 없어. 내가 알기로 나뿐일걸?"
"어, 그래? 몰랐네. 그럼 너도 친구들처럼 그렇게 학원 보내줄까?"
"아니! 미쳤어? 내가 왜??"
"근데, 그렇게 학원 다니는 애들 다들 공부는 잘하니?"
"처음에는 실력 는다고 좋아하다가 요즘은 지친다는 애들이 많아. XX라고 공부 잘하는 애 있잖아. 걔도 요즘은 영어 학원 숙제 거의 안 하고 그래. 엄마가 시켜서 할 수 없이 영어 하는 거지 정말 너무 하기 싫대."
"헐. 벌써 지친다고?"
"응. 그리고, 그거 알아? 애가 시험 잘 보면 부모님이 선물 사주는 집들이 있어. ㅁㅁ이는 시험 잘 볼 때마다 닌텐도도 받고 동물의 숲도 받고 그랬어. 근데, 한 번은 시험을 잘 봤는데 부모님이 선물을 안 주시더래. 왜 안 주냐고 물어보니까 부모님이 안 줄 때도 있지 하더래. 그래서, 일부러 그다음 시험을 엉망으로 봤어."
"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엄마가 화내고 애 공부시켜야 한다고 전학 갔어."
"ㅠㅠ"
"근데,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면 그 뒤로도 계속 잘하는 거야?"
"아빠 경험으로는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그러면 왜 그리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시키는 거야?"
"그러게."
"그럼, 언제부터 공부하면 되는 거야? 아, 고등학교 때부터 하면 되겠군. 고등학교 때 공부해서 대학 가니까. 아니다. 너무 늦나? 중학교 때부터 할까?"
"중2 때부터는 슬슬 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아빠는 왜 내가 시험을 못 봐도 다른 부모님들처럼 막 화도 안 내고 뭐라고도 안 해?"
"네 인생이잖아."
"뭔 소리야?"
"아빠는 그냥 하고 싶은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 하고 가고 싶은 곳 여행하면서 재밌게 살았던 것 같아. 근데, 이건 내 인생이었고, 이런 방식이 너희들 삶에도 적용될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네가 사회에 나갈 때쯤 아빠와 엄마는 늙고 그리고 또 곧 죽을 텐데 네 삶에 대해 뭘 알겠니? 네가 엄마아빠 없이 잘 살 생각해야지."
"뭐래?"
"네가 잘 살기를 바라고 도움은 줄 수 있겠다만 네 인생이니 스스로 잘 살아야지 어떡하겠니."
"이 아빠 이상해."

 

2020년 7월 5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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