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이번에 수학 97점 맞았어."
"와, 잘 봤네. 지난 번 시험에 70점이었는데 엄청 발전했구만. 근데 왜 97점이야?"
"한 문제 틀렸어. 풀이과정은 맞았는데 답이 틀렸어."
"어떻게?"
"답이 9,400인데 94,000이라고 썼어. 다 제대로 풀었는데 0 하나 더 붙여서 틀렸어. 그래서 95점에다가 풀이점수 2점 받아서 97점이야. 너무 속상해."
"역시 우리 딸은 통이 커! 정답에 10배씩 탁탁 하잖아. 나중에 커서 돈도 구골플렉스원 벌겠다고 하고. 너 커서도 우리 계속 친하게 지나자. 응?"
"난 너무 속상하단 말야. 아빠는 애가 시험 문제 틀렸는데 걱정도 안돼?"
"뭐 세상의 끝도 아니잖아?"
"세상의 끝이지! 다른 집 엄마는 문제 하나 틀리면 막 성질내고 혼낸다는데 이집은 어떻게 애가 성질내고 아빠는 아무 생각이 없어. 이집 이상해."
"학원도 안 가고 학교 수업도 제대로 안 하는데 스스로 공부해서 그만큼 받았으면 잘 한 거지 뭐. 그리고, 어리니까 실수하는 거고. 나중에 안 틀리면 되지."
"그건 그렇지. 근데, 아빠. 나 학교에서는 정말 공부 많이 해."
"어, 진짜?"
"응. 쉬는 시간에도 맨날 책 보고 오답 노트 쓰고 그래. 코로나 전에는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수업시작하기 1분 전까지 책만 보다가 나와."
"와!"
"그래서 예전 담임 선생님들이 맨날 나보고 책만 본다고 쉬는 시간에 나가 놀라고 막 뭐라고 했어. 나가 노는 것도 공부라며. 그래서 점심 때는 선생님한테 안 들키려고 도서관에서 숨어서 책 보는 거야. 그놈의 코로나때문에 학교 도서관이 문을 안 열어서 으...."
"이건 진짜 완벽한 이중생활인데?"
"뭔?"
"너 집에서는 맨날 게임하고 자전거 타고 롱보드 타잖아. 학교에서는 범생이다가 집에서는 겜순이에 체육 소녀였던거야?"
"학교에서도 줄넘기 많이하기 전교 2등 했어!"
"여하간 학교에서 네 모습이 상상이 잘 안 된다야."
"근데, 어른들은 이상해."
"어떻게?"
"아니, 공부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고 하고 하면 또 한 다고 뭐라고 그래. 쉬는 시간에는 진짜 책이나 읽고 싶은데 그런 것도 못 하게 하고. 뭐, 요즘은 놀지도 못 하지만. 여하간 어른들은 다 자기들 맘대로야."
"어른들이 다 그렇지 뭐."

 

2020년 7월 19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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