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에서 만난 지인께서 애 손에 용돈을 쥐여주셨다. 안 받겠다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결국 고맙습니다 인사드리고 용돈을 받아왔다. 지인이 떠나니 돌아서서는 환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빠, 나 이 돈으로 온라인 게임 현질해도 되?"
"응. 네 돈이잖아. 네가 알아서 써."
"아싸! 현질도 할 수 있고, 또 장난감도 살 수 있고."
"응. 고마운 맘 갖고 잘 쓰렴."
"..."
"왜?"
"근데, 아빠. 나 이 돈 그냥 기부할래."
"응? 왜?? 너 이미 한 달에 2만 원씩 용돈에서 기부하고 있잖아."
"매달 기부하는 곳에 더 기부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이미 기부하고 있으니 너 사고 싶은 것도 좀 사고 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 그러면 좋잖아. 게임 현질도 하고."
"근데, 나보다 힘들고 어렵게 사는 어린이가 많잖아. 그 친구들 좀 더 도왔으면 좋겠어. 난 현질 안 해도 딱히 뭐 안 사도 잘 지내잖아. 아빠가 이 돈 매달 기부하는 곳에 기부해 줘. 응?"
"어..."
아이의 기특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접하며 부모로서 한없이 기뻐야 할 텐데 이 험한 세상에 너무 세상 물정 모르게 키우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
2020년 7월 2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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