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먹을 휘두르는 취객을 제압하다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관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 채팅서 만난 초등학생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성관계한 남성들이 1심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3. 수술 도중 과실로 환자의 두개골 등을 절개하고 3시간 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성형외과 의사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4. 2020년 의료계는 정부의 4대 정책 추진에 맞서 파업을 벌였으며, 이에 따라 제때에 진료를 못 받거나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5.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위 사례 모두 사법부와 의료계에 대한 '신뢰'를 악화시킨 사례들이다.
6. '신뢰'는 자발적 순응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도덕적 자원이다. 쌍방간의 신뢰라는 무형적 계약이 사라지면 결국 물리적 제도와 강제라는 날것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7.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불신이 확산되면 사람들은 불신을 회피하기보다는 정말 진짜인지 사실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행동에 나선다.
8. 지금껏 사법부와 의료계가 쌓아온 신뢰의 성은 무너지고 더 많은 소송과 갈등이 이 사회에 넘쳐날 것이다. 판사 탄핵 청원이나 수술장 CCTV 의무화 요구가 같은 이유다.
9. 아마 올 가을 이후부터 의료 소송이 증가할 것이다.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가 이미 훼손된 상태여서 평소라면 지나갈 미심쩍은 부분도 소송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10. 결국 우리는 다시 '불신의 제도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난 당신을 못 믿겠으니 '제도화된 투명함'으로 당신의 신뢰를 증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11. 인정하자. 시민과 사법부, 시민과 의료계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제 이 폐허에서 서로간의 신뢰를 쌓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불신의 제도화'에 있다는 점을 말이다.
12. 불편하겠지만 민주주의는 사실 '불신의 제도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솔직히 감시 안 하면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 아닌가?
13. 투명함이여! 생육하고 번성하여 이 땅을 정복하라!!
2020년 9월 6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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