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저 일기

낙서장 2020. 9. 10. 14:52

새로 산 보드화를 신고 롱보드 연습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는 자기 두 딸에게 롱보드 타는 법을 좀 가르쳐 주면 좋겠단다. 나도 탄 지 얼마 안 돼서 가르쳐 줄 수준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자기 딸들은 굴리지도 못 한다며 사정을 한다. 나도 딸 있는 처지라 차마 거절을 못 하고 이왕 이리된 것 애들에게 기초나 가르쳐야지 하는 맘으로 못내 승낙하고 말았다. 보드에 타서 푸쉬오프하고 멈추는 법, 카빙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들고.

 

애들이 오길래 언제부터 보드를 탔냐고 물으니 두 달 됐다고 한다. 난감했다. 내가 보드를 산 지 이제 꼭 한 달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프로의 생명은 침착함이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애들에게 한 번 타 보라고 시켜봤다. 역시나 자세가 불안하다. 보드에 올린 발에 중심을 잡고 바닥을 치는 발은 그저 거들 뿐이라며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대로 애들을 가르쳤다. 애들도 이제야 유튜브에서 본 이야기가 뭔 뜻인지 알았다며 아저씨(?) 덕분에 제대로 배웠다며 고마워한다. 그러면서 아까부터 봤는데 아저씨 보드화가 너무 멋있다며 그런 신발 신으면 자기들도 잘 탈 것 같은데 아빠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며 안 사 준다고 투덜거린다. 열심히 연습해 실력이 늘면 아빠가 꼭 사 주실 거라며 교육을 마쳤다. 역시 인생은 장비빨이다. 

 

2020년 9월 1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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