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두 번째 태백 방문이었습니다. 30년 전 1992년 2월에 태백에 갔었지요. 그 겨울 태백은 도시도 산도 하늘도 사람의 얼굴마저도 짙은 잿빛의 도시였습니다. 도시 전체에 우울함과 퇴락의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태백 곳곳에는 '아이들에게 정주심을 심어 줍시다'는 교육청의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게 휘날리고 있었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의 태백 풍경을 바라보다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검은 도시와 앙상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곳에도 다시 봄이 오기나 할까 하며 말이죠.

30년 만에 다시 찾은 태백은 최소한 겉모습만은 푸르고 아름다웠습니다. 30년 전에 비해 인구가 반토막이 났고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지만, 도시와 주민들은 슬기롭게 변화를 이겨내는 인상이었습니다. 도심은 작지만 분주했고 주민들은 온화하고 친절했습니다. 어쩌면 여름의 투명한 하늘과 푸른 숲이 빚어낸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달라진 태백의 모습에 큰 빚을 덜어낸 것마냥 반갑기만 하더군요. 태백은 이제 관광, 휴양, 레저 도시로 변신을 시도 중입니다. 푸른 산, 맑은 물, 투명한 하늘, 시원한 여름, 그리고 과거 탄광의 역사가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아내와 은퇴 후 여름이 되면 태백에서 1달 살기 하며 더위를 피해 보는 건 어떨까 이야기해 보기도 했습니다.

태백시는 높다란 산과 산 사이의 고원에 있습니다. 주거지 평균 해발고도가 900m나 됩니다. 도로와 도심은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발달해 있습니다. 계곡 옆을 따라 달리다 보니 잉글랜드 더비셔에 있는 매틀록 바쓰가 떠오르더군요. 매틀록 바쓰도 주력 산업이었던 광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1980년대 초반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던 매틀록 바쓰는 이제 옛 광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며 관광도시로 다시금 도약을 이루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가 들렀던 하이트오브아브라함, 길버스킹덤 같은 주제 공원, 매틀록 바쓰 온천이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고, 여기에 하이킹, 암벽등반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마침 매틀록 바쓰에도 태백의 추전역처럼 작고 아담한 역이 하나 있지요. 태백도 매틀록 바쓰처럼 새로운 도약을 일궈내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철암탄광역사촌이나 매봉산 바람의 언덕 등을 들르지 못하고 V-Train도 타 보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라는 뜻이겠지요. 많은 걸 생각케 하고 무더위를 식혀 준 태백에 감사드립니다.

 

<푸르른 여름의 태백>

 

 

<매틀록 바쓰의 풍경>



2022년 8월 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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