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들 나이 들어간다. 대회도 사람도 프로젝트도. 이번 대회 때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이탈리아 친구들은 이번 대회가 20년 만에 이탈리아로 돌아왔다고 했다. 2002년 이탈리아 트렌토 국제 GRASS 사용자 모임을 FOSS4G 대회의 근원으로 본 것. 20년이 짧다면 짧기도 하지만 젊은 성인이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진입하기에도 충분한 세월이다. 


3. 친구들도 나처럼 세월의 흔적을 숨길 수 없었다. 함께 발랄했던 친구들의 얼굴과 머리에 주름과 새치가 가득하다. 아예 민머리가 된 친구들도 있고.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발표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이제 한발짝 떨어져 조용히 돕는 길을 택한 친구들도 보인다. 


4. 2002년에 GeoNetwork도 시작됐고 QGIS도 시작됐다. 둘 다 올해를 20주년으로 기념했지만 상황은 약간 달랐다. 한쪽에서는 오래된 소스 코드와 아키텍처를 리팩토링할 신규 참여자의 부족을 커다란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다행스럽게도 지속적 선순환 구조에 안착하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나온 Deegree 프로젝트는 GeoNetwork보다 더 힘든 상황을 호소했고. 


5. 그래도 상업적 전진이 계속 이뤄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예전에는 전시 업체수나 질적인 면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 전시나 후원 업체 면면을 보면 업체 하나하나가 혁신의 아이콘에 가깝다. 여러 회사들이랑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나름 재미난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6. 다 떠나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반가운 친구들 얼굴 볼 수 있어 좋았다. 비난 보다는 격려로 돈 보다는 삶의 의미로 짜증보다는 유머로 삶을 대하는 이 좋은 친구들이 벌써 그립다. 내년에는 코소보 프리즈렌이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2022년 9월 1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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