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로 대기업(!)의 성장 전략에 관한 딱 맥킨지스러운 책이다. 이 책의 내용 전개 방식도 그렇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많은 다이어그램도 맥킨지스럽다. 이 책 자체가 맥킨지의 기업 성장에 관한 광범위한 정량적 분석에 기초해 있고, 또 저자들이 현재 맥킨지에서 기업 성장 전략을 담당하고 있거나 혹은 과거에 맥킨지에서 그러한 일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우선 'Granularity'라는 말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딱히 우리말로 번역하기 어려운 이 'Granularity'는 쉽게 말해 큰 시장 자체를 적절한 규모로 잘게 쪼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용어다. 즉, 아무리 성장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장 전체를 적절한 규모로 구분해 살펴보면 어떤 부문에서는 오히려 시장이 후퇴하는 곳도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시장이 쇠퇴하고 있더라도 오히려 그 시장 안의 어떤 부문은 성장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확하게 시장을 이해하려면, 추상적인 '시장'이 아니라 이를 업종별, 산업별, 지역별, 카테고리별로 잘게 쪼개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곳에 바로 고객과 만나는 '실제 시장'이 있으니까 말이다. 

Levels of Granularity<Levels of Granularity>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회의 땅"과 같은 거시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성장을 지역적으로 구분해 어느 지역에서 높은 성장을 하고 있으며, 또 그 지역에서는 어떤 산업이나 카테고리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는지를 잘게 쪼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기반해 중국 시장을 접근한다면 중국을 거시적인 하나의 시장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에 비해 훨씬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경영 전략'이란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최대의 경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니까 말이다. 사실 이러한 저자들의 접근법은 다른 경영전략가들의 소위 'Not market but profit pool'이라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Profit Pool'의 변화를 항상 모니터링하라는 주장말이다. 

저자들이 이러한 접근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들의 성장이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실증적인 분석 결과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작은 상점을 낼 때도 '입지'의 중요성에 대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좋은 입지의 시장' 즉, 성장 부문에 잘 포지셔닝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달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기업의 성장 전략을 크게 Portfolio Momentum, M&A, 그리고 Share Gain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Portfolio Momentum이 바로 '어디서 경쟁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으며, Portfolio Mementum이 기업 성장에 가장 커다란 기여를 한다고 한다. 


아래 그림에서도 나오는 바와 같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416개의 세계적인 대기업이 이룬 연평균 10.1% 성장 중 6.6% 포인트는 바로 시장 자체의 성장에 기반한 것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함으로써 이룬 성장은 고작 0.4% 포인트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순풍에 돛 달고 항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더라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기업의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Granular한 분석법을 적용하고 있다. 성장 전략에 따른 성장 기여, 지역별 성장 기여, 상품 카테고리별 성장 기여 등을 모두 잘게 쪼개 분석함으로써, 도대체 회사의 성장이 어디서 오며, 어디서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저자들의 분석법은 실제 회사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자들이 M&A와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성장을 이룬 많은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저자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바로 어떤 성장 전략을 채택하든 항상 Granular하게 시장과 산업, 업종, 지역, 카테고리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여 전략을 채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그림은 416개 세계적인 대기업에 대한 평균적인 분석 자료이지만,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이를 또 업종별로 잘개 쪼개(!)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Portfolio Momentum이 66%의 성장 기여를 하고 있지만, 첨단 기술 업종에서는 Portfolio Momentum이 48%, M&A가 16%, 그리고 Share Gain(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36%의 성장 기여를 보여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저자들은 삼성전자가 바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성장하였음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아래 그림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첨단기술 업종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M&A 보다 더 중요하다. 아마도 높은 시장점유율 자체가 또 다른 영역에서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M&A가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임을 살펴 볼 수도 있다. 

<업종별 성장 방식><업종별 성장 방식>


이러한 Granular한 접근법은 아래와 같이 한 회사의 지역별, 제품 카테고리별 분석에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Granular하게 지역별, 제품 카테고리별로 분석한 사례><Granular하게 지역별, 제품 카테고리별로 분석한 사례>


이러한 Granular한 분석법은 역시 한 회사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데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이 세 가지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회사의 현재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회사가 성장할 때 각 단계에 맞춰 어떤 형태의 전략을 취할 수 있는지 개략적으로 보여 준다. 

<Growth Map><Growth Map>


이 책은 전체적으로 회사의 현재 상황 파악, 성장 방향 설정, 그리고 회사 내외부의 상황을 고려한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어떻게 Granular한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또 맥킨지가 자주 애용하는 컨설팅 접근법인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stive)가 유감없이 발휘된 책으로 볼 수 있다. 맥킨지가 어떻게 문제를 파악하고, 접근하며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책을 내놓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쯤 참고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특히나, 맥킨지가 어떤 다이어그램을 자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면.. 

<The Granularity of Growth><The Granularity of Growth>


 "The Granularity of Growth", Patrick Viguerie, Sven Smit and Mehrdad Baghai, Wiley, 2008

2011년 5월 1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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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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