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룬다.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수요 혁신(Demand Innovation)'이다.

 

수요 혁신은 제품 자체에 집중해서는 이뤄지기 어려우며, 오히려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과 만나는 그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이루어 질 수 있다. 즉, 고객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불편이 있는지 등을 총괄적으로 바라보면 수요 혁신의 지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마치 소위 'Total Solution Provider'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접근과 '수요 혁신'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수요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고객의 불편과 고통을 제거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해결책을 통해 고객이 반드시 '경제적인 이득'을 획득하여야 하며, 그러한 결과로 솔루션 제공 기업 또한 이득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Win-Win 게임이 되어야만 진정한 '수요 혁신'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소위 'Get Job Done' 혹은 'Job-to-be-Done'류의 주장과 유사하다. 즉, 고객이 망치를 사는 것은 망치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망치로 벽에 구멍을 뚫기 위함인데, 많은 망치 제작 업체들은 지금껏 제품 혁신을 통해 그저 더 편리하고 더 튼튼하며 더 싼 망치만을 고객에게 공급하려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고객의 진정한 수요 목적과 고통을 간과한 채 말이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렸더라면 해당 망치 제조 업체는 전통적인 망치가 아니라 전동 공구를 통해 더 깔끔하고 더 안전하면서도 더 높은 가격의 '해결책'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제품 주변의 관찰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 저자가 아마도 Resource Based View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 - 개별 회사마다 다른 내부의 'Hidden Assets'과 'Hiden Liabilit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숨겨진 회사의 내부 역량(Hidden Assets)은 최대한 잘 활용하고, 혁신에 저해되는 조직 문화 (Hidden Liability)등은 최소화한다면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들만의 Hidden Assets을 이용하여 '수요 혁신'을 만들어 내라는 뜻이다. 

새로운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대표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것이, 첫째, 시장 방어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 둘째, M&A를 통한 성장, 셋째, 신규 산업으로의 과감한 진출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앞에서 언급한 어느 전략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기업 내부의 '숨은 자산(Hidden Assets)'의 중요성이 재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숨은 자산'을 재구성하여 고객의 불편과 고통을 해결하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18가지의 숨은 자산을 언급하며, 이의 활용을 통해 수요 혁신을 달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저자는 고객의 '차세대 수요(Next-Generation Demand)'를 이해하고, 이러한 고객의 차세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보유한 숨은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성장 스펙트럼'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장 자체가 아무리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얼핏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저자가 책을 통해 보여주는 통찰력과 혜안은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이 뭔가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계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항상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고객'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종사하고 있는 원격탐사 분야의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에 세계 1, 2위의 영상공급업체인 Digital Globe와 GeoEye사는 각각 GBM(Global Base Map), EyeQ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반한 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서비스가 바로 Adrain Slywotzky의 이러한 수요 혁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또 하나의 클라우드 서비스인가 할 수 있지만, 이 두 회사가 제공하는 해당 서비스를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 보면 정확하게도 저자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영상 공급과 활용의 가치 사슬은 전통적으로 "지루한 영상 주문 과정", "영상을 서비스 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준비", "영상 가공 및 처리",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상 서비스"의 대부분을 고객이 직접 수행하도록 요구하였다. 실제 고객은 빨리 눈으로 가장 최신의 영상을 보고만 싶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 두 회사는 이러한 고객의 불편과 고통을 이제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고객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가치 제안으로 바로 위에서 언급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익 경영의 모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주장만을 펼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에는 실제 중간 관리자와 이사급들이 회사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실천 방안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또한, 단기적인 성장을 위한 방법들도 함께 언급되어 있으며, 회사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체크리스트도 설명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그 만큼 현업에서의 적용을 많이 신경 썼다는 의미이다. 성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볼만한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How to Grow When Markets Don't", Adrian Slywotzky and Richard Wise with Karl Weber, Warner Business Books, 2003. 

2011년 4월 4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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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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