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켓3.0

이 책은 마케팅 분야의 거두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최신작이다. 필립 코틀러는 이 책을 통해,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게리 해멀처럼, 이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시장 자체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여 새로운 마케팅 기법인 마케팅3.0을 익히고 실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필립 코틀러에 따르면 마켓 1.0은 포드의 T모델 자동차처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제품 중심'의 시대였다. 마켓 2.0은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를 고려한 '소비자 지향'의 시대였지만, 은연 중에 '소비자는 수동적 타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마켓 3.0은 '가치 주도' 시대이다. 즉,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에 관심을 쏟던 시대를 지나 이제 인류의 공영, 환경, 기후 변화, 빈곤 퇴치 등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마켓 3.0 시대는 기업들에게 단순히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요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치와 인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0시장, 2.0시장 그리고 3.0시장>

넘쳐나는 기술, 소비자 선택권의 확장, 빠른 기술 변화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장 상황에서 고객들이 단순히 자신의 욕구만을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인류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이러한 변화를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제 많은 고객들은 자아 존중의 시대를 넘어 자아 실현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러한 마켓 3.0 환경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필립 코틀러는 기업의 미션, 비전, 그리고 가치의 중요성을 재강조한다. 이러한 기업의 미션, 비전, 그리고 가치가 마켓 3.0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협력, 문화, 영성 마케팅과 함께 어우러져 고객(내부 고객, 즉 직원들을 포함하여)에게 제공될 때 기업은 생존하고 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훌륭한 기업이 되어서 그러한 가치와 철학을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 어필할 수 있을 때만이 기업이 생존하고 또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지, 사회적 기부와 활동을 하는 척하는 그런 단발성 경영(한국의 많은 대기업 같은)은 쉽게 그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하며, 실제 회사의 경영 철학 자체가 이러한 사회적 변혁과 가치를 포괄할 수 있을 때만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또 고객이 자발적으로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주장을 다양한 기업의 사례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마켓3.0 시대에 걸맞는 경영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수익성, 지속가능성, 위기 대처 능력 등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훨씬 뛰어남을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말이다. 

요약하자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훌륭한 기업이 되라. 그러면 생존하고 성장할 것이다.'가 바로 이 책의 결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단지 이러한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어내는 데에만 있지는 않다.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 분야의 거두여서 그런지 실제 이러한 마켓 3.0 기업이 되어 어떻게 마케팅을 수행해야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마케팅 기법들이 다이어그램이나 표로 잘 정리되어 있다. 마켓 3.0 시대에도 STP, 4P, Marketing Mix가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며 말이다. 그의 역작인 'Principles of Marketing'에서 제시되었던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이 알게 모르게 이 책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는 뜻이다. 

마켓3.0,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 타임비즈, 2010

2011년 3월 16일

신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