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며 세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곤 합니다.
세종은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첨단도시지만 딱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 그렇습니다. 자전거로 20~30분만 나가면 만나는 부강이나 조치원의 풍경은 행복도시와는 사뭇 다릅니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행복도시의 금강과 달리 상류인 부강의 금강변은 비닐류를 비롯한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쓰레기들은 홍수에 떠밀려온 듯 강변 나무들에 매달려 깃발처럼 휘날립니다. 사람도 다릅니다. 주말에 행복도시 밖으로 나가면 동남아 출신으로 보이는 이주노동자들을 제법 만나게 됩니다. 아이 손을 이끌고 어딘가를 가는 결혼이주여성도 보게 됩니다. 함께 어울려 소풍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며 노는 이들의 모습을 행복도시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종시 인구의 75%가 행복도시에 살지만, 외국인은 77%가 행복도시 밖의 면이나 읍에 거주합니다.
행복도시는 오송역과 보이지 않는 긴 터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송역에서 KTX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양복이나 정장을 입고 무엇인가 인쇄된 문서를 검토하거나 아니면 바삐 누군가와 통화 중입니다. 문서를 보지 않아도 통화를 엿듣지 않아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지레짐작이 갑니다.
오송역과 행복도시를 오가는 BRT 차창 밖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지만 어쩌면 그 뒤의 현실을 애써 모른 척하고 밀어내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행복도시 밖은 세종이 아니라는 듯 수도권이 아니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듯 말이죠.
2021년 4월 5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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