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리아 라이헤(1903~1998): 독일 출신으로 페루 나스카 대평원을 지키고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침. 95년이라는 긴 삶 중 3분의 2 이상을 페루에서 살았으며, 그중 26년간은 나스카 옆에서 거의 극빈층에 가까운 생활을 했음. 그러면서도 나스카의 거대 문양과 상징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측량하고 도면에 옮기며 나스카 대평원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그리고 그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함. 1955년 페루 정부가 안데스 산맥 동쪽의 아마존 강의 물을 끌어와 나스카 대평원에 관개하려는 계획을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무산시킴으로써 나스카 대평원이 수장되는 것을 막아냄. 페루 정부는 나중에야 마리아 라이헤의 공을 인정하고 각종 훈포장과 국립호텔 평생 이용권을 수여함. 나스카 대평원과 함께 페루의 우표 모델로도 등장함.
2. 로웨나 케이드(1893~1982): 덤불과 갈매기만 가득하던 영국 콘월 지방의 해안 절벽을 50년에 걸쳐 깍아내 세계10대 야외 극장인 미낙 극장을 건설함. 1차 세계대전 후 콘월로 이주했던 그녀는 1929년 '한여름밤의 꿈'을 무대에 올린 뒤 영구적 야외 무대를 찾다가 직접 절벽을 깍아 극장을 만들 계획을 세움. 당시 나이가 38이었으며, 해봤던 육체노동이라고는 바느질과 마굿간 청소가 전부였음. 1931년 겨울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원사와 함께 직접 극장 만드는 일을 시작. 6달 이상이 걸린 뒤 소박한 석조무대가 만들어졌고, 1932년 여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첫 공연작으로 올림. 당시에는 제대로된 조명 시설이 없어 배터리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사용하여 무대 조명을 함. 이후 죽을 때까지 공연 시즌이 아닌 겨울에는 험한 날씨에도 빠짐없이 직접 바위를 캐며 극장 공사를 함. 1976년에는 이 극장을 사회에 환원함.
3. 민병갈(1921~2002): 한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미국계 귀화 한국인. 영어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 1945년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에 첫발. 이후 한국은행 총재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에 정착한 뒤 1979년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 나이 쉰이된 1970년부터 천리포수목원 조성 시작. 식물학 비전공자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후 30년에 걸쳐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림. 고 이창복 서울대교수(대한식물도감의 저자)에 따르면 한때 전화의 반이 민병갈의 질문 전화였다고 하며, 나이가 60대에 들어서도 학습진도나 이해가 젊은 학생보다 빨랐다고 함. 1982년 한국은행에서 정년은퇴한 뒤에도 천리포수목원의 재정을 홀로 떠맡아 여러 금융회사의 고문을 역임하며 서울과 태안을 오가며 생활. 1978년에 완도 답사여행에서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교잡으로 생긴 신종 식물을 발견하였고 이후 한국의 완도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으로 국제 공인받음.(완도호랑가시) 민병갈의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천리포수목원은 16,347분류군을 가진 국제적 수목원으로 발돋움하였고,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음. 민병갈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만약 결혼했으면 천리포수목원을 가꿀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인터뷰함. 죽음을 앞두고 암투병 중에도 병실에서 천리포수목원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함. 죽은 뒤 일생의 업이자 자신 자체였던 천리포수목원에 묻힘.
2021년 4월 22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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