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풍경

낙서장 2022. 1. 19. 11:01

통영에서 묵었던 호텔 방청소 하시는 분들이 외국인이었다. 청소하는 두 분은 태국어나 혹은 크메르어로 추청되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셨다. 결혼이주민인지 아니면 이주노동자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11월 회사 워크샵을 갔던 전라북도 변산의 횟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문 받고 음식 나르는 일은 한국인이 했지만 주방의 공용어는 성조가 있는 남방어였다. 홀에서 한국어로 주문이 들어가면 주방 대표격인 아주머니가 남방어로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이래저래 음식 준비를 시키셨다. 


더 북쪽으로 올라와 충청도에 다다르면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난다. 부여의 대표 음식은 연잎밥이다. 부여에서 손꼽히는 식당에 들러 연잎밥을 먹을라치면 주문 받고 음식을 내놓는 중앙아시아 여성을 마주하게 된다. 세종시 외곽의 유명 석갈비 식당에서도 중앙아시아 여성이 주문을 받는다. 충남의 한 풍천장어집에서는 아예 중앙아시아 출신의 힘 쎈 남성이 장어를 손질하고 같은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여성이 서빙을 한다. 


외국인 식당 아줌마의 원조격인 한국계 중국인은 이제 수도권이나 아니면 대도시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이주 역사가 길고 한국어를 잘 하는 그들은 늦게서야 이주를 시작한 이들과 달리 잘 나가는 지역이나 분야에서 나름의 공동체를 일궈나가고 있다. 


한국 거주 외국인 수가 2백만 명이 넘어섰지만 아직도 이들은 유령 같은 존재다. 5년에 한 번씩 치르는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는 이들의 존재와 미래, 그리고 공헌에 대해 입을 닫는다. 일반 시민 또한 마찬가지. 


한국 청년이 떠난 지역의 전통 맛을 어쩌면 외국인 이주민이 이어갈지도 모르겠다 싶다. 서정춘 시인은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을 고향이라고 읊었다. 나라면, 와서 배불리 먹여 주는 사람을 동포라 부르겠다.

 

2022년 1월 18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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