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와 나눴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학교에서, 최소한 고등학교에서, 일베 문화는 일상이다. 말끝마다 ~노 ~노를 붙이는 건 당연하고, 5.18을 희화하거나 민주당이나 현 정부를 친중 좌빨 취급하는 것도 기본이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대부분 이렇다고 한다. 요즘 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언급하거나 관심을 보이면 어디 덜떨어진 찐따 취급당한다고.
근데 애들이 뭔가 깊이 생각하고 공부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듯 보이지는 않고, 일베 문화가 애들 커뮤니티에서 일종의 주류문화로 역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한다. 어른들이 잘 모르지만, 여고생 사이에서 중국 드라마, 중국 음악, 중국 배우의 인기가 무섭게 치솟고 유행이며, 남학생들은 원신 같은 중국 게임을 많이 즐긴다고 한다.
학교 안팎에서 중국 혐오 발언이 일상이면서도 이렇게 앞뒤 안 맞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베 문화가 지금 학생들의 시대정신이자 주류문화라 이를 따라할 때 쿨하게 보이고 또래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하면서, 즉 금기를 깨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모양이다.
지금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도 비슷했다. 민주화 운동이 시대정신이고 주류문화였을 때 딱히 이런 데 관심 없던 이들도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야 멋져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끌었으니까. 얼마나 많은 시인, 소설가, 음악가, 화가가 도시 빈민, 민중, 농민을 묘사했던지 말이다.
우리 세대가 앞 세대의 가치를 반대하고 거부하며 새로운 가치의 성을 쌓아 올렸지만 우리 또한 다시 자녀 세대에 의해 무너져가는 모양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시대정신 또한 좌로 우로 부딪히며 굽이친다. 1960~70년대 히피, 반전 운동, 성 혁명 등 급격한 문화적 변화에 대한 반발이 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총리가 이끈 신자유주의의 부상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우리 세대가 추구했던 가치는 그래도 인류공동체를 위한 자유, 민주, 평등이고, 일베가 추구하는 가치는 차별, 조롱, 배제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10~20대들은 자유와 민주가 이미 심대하게 침해당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할 게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각종 사이트 접속 차단, 7월 7일부터 시행하는 온라인 콘텐츠 사전 검열, 5.18/세월호/4.3 등에 관해서 주어진 의견만 받아들이라는 강요 등을 말이다. 평등은 어떤가? 성평등과 여성인권을 외치면서 왜 여성은 군대에 안 가는지 왜 남성만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데도 적절한 사회적 보상을 못 받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런 의문과 질문에 지금껏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 자녀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 착각했으니까. 지금 젊은 세대는 그 질문에 뚜렷한 답을 요구한다. 그 답이 역사교육이든 인내심을 가진 자녀와의 꾸준한 대화든 실질적 행동 변화든. 우리 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무작정 일베라고 단죄하고 꾸짖기 전에. 솔직해져 보자. 다들 자녀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 없지 않은가?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지 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2026년 7월 3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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