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나 공공기관 계약에서 선금 지급 규정이 많이 바뀌어 업계가 아주 난리임. 


몇몇 핵심을 꼽자면, 
1. 계약마다 다 별도 선금계좌 개설하거나 유지해야 함. 즉, 계약이 100개면 100개 계좌 신규 개설하거나 아니면 기존 안 쓰던 계좌 이용하더라도 100개 계좌 운용해야 함. 예전에는 그냥 회사 운영계좌로 받았음. 
2. 최초 선금 신청 시 의무지급율 하향. [국가]는 계약 금액의 30~50%, [지방]은 30% 범위 내에서만 허용. 현재 대부분 30%만 선금으로 지급 중. 

 

이렇게 되니 발주처나 업체에서 어마어마한 행정 낭비가 발생 중. 


업체는 선금 받으려면 신규계좌 계속 개설해야 함. 또 계좌에서 선금사용계획서에 따라 매달 지출해야 하는데 이걸 모든 계약 비율에 맞춰서 해야 함. 즉, 사업 5개에 참여하는 인력이 있는데 각 사업당 20%씩 참여한다고 선금사용계획서에 기록했으면, 각 통장에서 급여의 20%씩 다 따로 떼서 회사 운영계좌로 옮긴 뒤 다시 이를 취합해서 급여를 줘야 함. 물품 사는 것도 마찬가지. 


발주처도 선금사용계획서에 따라 돈 잘 썼는지 점검하기 위해 선금사용내역서 제출 요구하고 검증하고, 협조나 제출 안 하면 선금반환청구해야 함. 이걸 계약마다 다 해야 함. 이렇게 사실상 R&D 정산 수준의 제도 강화를 하면서도 여전히 선금 보증증권은 또 받음. 


발주처가 계약금액의 일부를 미리 지급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업체의 부도, 파산, 계약 불이행에 대비해 해당 선금의 반환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장치가 선금 보증증권임. 발주처 입장에서는 자금을 먼저 지급하는 위험을 줄이고, 일 받은 업체 입장에서는 미리 자금을 확보하여 원활하게 납품을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안전장치임. 선금 보증증권의 보험 요율이 높은 이유임. 


상호 간의 신뢰 속에서 나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제도가 철도차량 제작사인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과 돌려막기 사태 후 대통령 한마디 때문에 아주 초토화 되었음. 


지금 기차 타면 대부분 표 검사 안 함. 모든 승객의 표를 검사하면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니 대부분 정당한 승차권을 소지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인 거임. 근데, 꼭 제도를 악용해서 표 안 사고 타거나 부정승차하는 사람 있음. 이런 사람 몇 번 걸리니 지금 예전처럼 모든 자리 돌아가며 펀처로 기차표에 구멍 뚫으며 표 검사하겠다고 하는 거임. 


나쁜 놈에게 징벌적(KTX 부정승차 시 정상운임의 최대 30배 부과처럼) 행정처분을 해야지 왜 대부분의 선량한 사업자에게 그 행정적,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거임?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정책. 


근데, 제일 골때리는 게 뭐냐면, 이 개정안이 하도 황당하고 복잡하고 경영지원팀 부담도 극심해서 최근 우리 회사는 선금 신청 안 하겠다고 발주처에 통보했음. 계약금의 30% 받으려고 이 난리를 피우느니 그냥 안 받고 말겠다는 것. 그랬더니 선금 안 받아가면 자기들 예산 집행율 못 맞춘다며 제발 선금 받아가라고 연락 옴. 모든 발주처가 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는 거임?? 선금 받으면 행정 부담이 너무 크고 복잡하고, 안 받으면 괘씸죄에 걸리고. 참고로 조달청 홈페에는 "계약상대자에게 선금신청 강요 금지"라고 분명하게 공지되어 있음. 


대통령이나 재경부 장관은 지금 현장의 이런 아비규환을 알려나 모르겠음.

 

2026년 7월 10일
신상희 

Posted by 뚜와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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