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학교에서는 영어 쓰기 연습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직접 이야기책을 만들게 하는 모양입니다. 글씨 연습도 시키고 스토리텔링 연습도 시키는 것이지요. 그림 일기장 대신 그림 이야기 책을 쓰게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특별한 공책을 쓰는 것은 아니구요. A4 용지 한 장을 반으로 자르고 또 접은 뒤 붙여서 8쪽 분량의 책을 직접 만들게 합니다. 그런 뒤 거기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게 하는 것이지요. 근데, 이게 재밌는 모양입니다. 오늘 방과 후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서는, 자기는 이렇게 아빠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쓰더군요. 글씨도 엉망이고 틀린 철자 투성입니다만 그래도 뭔가 이야기를 쓰는 딸아이가 참 기특하더군요.
참고로 영국 초등학교는 교과서가 없습니다. 매 수업 때마다 선생님들이 A4 용지에 수업 내용이나 연습할 것들을 복사해서 나눠줍니다. 국가 전체로는 최소 핵심 교육 과정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한 지역성, 공립과 사립 학교의 혼재, 종교계 학교의 설립 이념 차이 때문에 교과 과정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 다양성이 영국 사회의 자산이라고도 보는 것 같습니다. 다만, 교육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가끔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합니다. 올해 버밍엄의 한 학교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점령해서 극단적 이슬람 가치를 가르쳤다고 해서 한참 영국 사회가 시끄럽기도 했지요. 그때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결국 극단주의로 꽃피는 것인가 하는 회의와 논쟁이 영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2014년 11월 19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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