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가 군 복무 후 7인 완전체로 오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0회가량의 'BTS 2026~2027 World Tour'를 진행한다. 월드투어 콘서트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6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BTS 월드투어를 보며 AI와 로봇이 일상화되는 미래 경제의 한 자락을 엿봤다고 하면 너무 나간 억측일까?
어디를 가나 AI와 로봇이 화두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식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들 걱정한다. 어쩌면 그 답의 실마리를 17년 전의 한 책에서 찾을지도 모른다.
2009년 Chris Anderson은 [Free: The Future of a Radical Price]에서 디지털 시대의 경제를 설명하며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와 콘텐츠의 복제 비용은 0에 가까워지며 결국 많은 디지털 자산은 무료에 수렴한다고.
당시 이 주장은 과격하게 들렸지만, 오늘날 음악 산업을 보면 그의 통찰은 현실이 되었다. 한때 음악 산업의 중심이었던 LP와 CD 구매는 MP3와 스트리밍, 유튜브의 등장 이후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소비 형태로 바뀌었다. 음악 산업의 붕괴를 걱정했지만, K-Pop을 비롯한 전 세계 음악 산업은 더 성장했고 탄탄하기만 하다. 음반 자체의 판매는 줄었지만, 공연과 콘서트, 굿즈 판매 같은 현장 경험은 더 중요한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아티스트의 주요 수익은 이제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서 발생한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화되는 미래는 이 'Free'가 디지털을 넘어 물질세계로 확장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이미 많은 지적노동을 수행하기 시작했고, 로봇은 점점 더 복잡한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AI가 설계하고 로봇이 생산하며 물류와 유통까지 자동화된다면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극도로 낮은 비용으로 생산된다. 기본적인 의료와 법률 상담, 교육 콘텐츠, 심지어 상당수의 전문 서비스까지도 AI에 의해 제공되고, 자동차와 의류를 비롯한 어지간한 상품도 로봇이 생산에 참여한다. 결국 사회 전체의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많은 상품과 서비스는 차별성이 거의 없는 일상품(Commodity)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Chris Anderson으로 돌아오면, 경제의 중심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무엇이 희귀한가"로 이동한다. AI는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며, 로봇이 요리하고 집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재화나 서비스는 결국 그 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이때 인간은 그 반대의 특성에 가치를 부여한다. 바로 '복제 불가능성', '현장성', 그리고 '인간적 경험'이다.
문화산업은 이 징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음악은 스트리밍에서 거의 무료로 소비되지만, 현장 공연 티켓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OTT에서 손쉽게 볼 수 있고 AI로 제작이 갈수록 쉬워지는 영화에 비해, 매번 다르게 경험되는 연극과 뮤지컬은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복제가 쉬워질수록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가치는 더 커진다. 희소하기 때문이고 다시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와 로봇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강화되리라 예측된다. 우리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살 가능성이 높다. 대신 우리는 의미 있는 경험, 관계, 이야기, 그리고 함께하는 순간을 추구하게 된다. 여행과 숙박, 예술과 공연, 스포츠와 탐험, 축제와 영적 경험들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삶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 경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누군가의 한정된 시간을 점유한다는 점이다.
AI와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경제는 두 층으로 나뉜다. 하나는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직접 만들어내는 희귀한 경험의 경제다. 전자는 효율을 극대화하고, 후자는 의미를 극대화한다. Chris Anderson이 말했던 'Free'의 세계는 단순히 가격이 0이 되는 경제가 아니라, 가치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재정의하는 경제였다.
무엇이 가장 희귀할까? 보석도 명품도 아니다. 바로 시간(!)이다. 미래 경제는 이 시간을, 즉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까를 고민하는 자에 의해 재편될 확률이 높다. 음악은 무료에 가까워졌지만 BTS 콘서트 티켓은 몇십만 원을 넘어도 매진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래 경제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2026년 3월 10일
신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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